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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만들기

삶의 기쁨

by Loche

오랜만에 아이들과 해외 스키여행을 간다. 그동안 먼 나라로만 다녔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파타고니아와 푸콘, 북유럽 스웨덴과 노르웨이, 조지아 구다우리와 카자흐스탄 알마티 스키 여행,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터키. 평균 여행 기간은 한 달 정도씩. 렌트카와 에어비앤비 위주의 자유여행이었다. 아시아권은 작년 초 태국과 캄보디아 여행에 이어 일 년 만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마음으로 거리를 두었던 이웃나라 일본으로 향한다.


장-자크-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의 핵심적인 특징은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을 존중하고, 우주의 아름다움에 경외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품고, 음악과 소박한 오락을 즐기는 것"이 그런 특징이라고 하였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아이들과 같이 친구처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스키였다. 스키를 타면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고, 같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소박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여건과 경제력만 된다면 자녀와의 놀이에서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은 것이 스키라고 생각되었다. 겨울철만 되면 주말마다 스키장에 가서 아이들에게 스키 강습을 받게 했고 어느 정도 실력이 붙고 나서는 해외 스키장으로도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가본 곳은 캅카스 3국 중의 하나인 조지아(옛 그루지아)의 구다우리 스키장과 바쿠리아니 스키장, 그리고 메스티아의 스키장이었다. 숙박도 식비도 저렴하고 캅카스 산맥의 느낌도 웅장하면서 참 좋은 곳이었다.

구다우리 스키장

가슴이 탁 트이는 웅장한 캅카스 산맥은 유럽의 알프스 지역의 스키장과는 다른 맛이 있다. 유럽 스키장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스키 여행을 가기에는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서 가족 여행을 가기에는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겨울마다 스키 강습을 시킨 보람을 이때 정말 뿌듯하게 느꼈다. 선수처럼 잘 타는 건 아니지만 (선수 시킬 만큼 경제력이 안되었기에 일반 강습만 시켰다.) 어느 스키장을 가도 어떤 슬로프를 내려와도 무리 없이 내려올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같이 해외 스키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이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었다. 아이들도 그렇게 느꼈고.

곧 아이들과 다시 오리라. 이 때는 너무 어려서 못 데려간 넷째 아이도 같이.

조지아 서쪽 메스티아 스키장

여기는 노르웨이의 어느 피요르드 앞에 있는 워터파크이다. 한 여름임에도 물온도는 20도가 안될 것 같은 매우 차가운 물. 안전요원은 없고 구명조끼가 상자에 들어있다. 아빠처럼 호기심과 용기 많은 아이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구명조끼를 입고 차가운 물속으로 입수해서 트램펄린으로 헤엄쳐간다.

사다리 간격이 셋째가 잡고 올라가기에는 간격이 넓어서 못 올라가는 것을 형이 도와줘서 올라갔고 재밌게 방방을 즐긴다.

물가가 세계 최고로 비싼 노르웨이. 레스토랑의 비싼 가격에 놀란 이후로는 슈퍼에 가서 빵과 햄 치즈 등을 사서 끼니를 때우곤 했고 이 날도 물놀이하기 전에 슈퍼에 들러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사서 피크닉을 하였다.


아이들 네 명을 다 데리고 가는 이번 일본 여행은 후쿠오카에서 3박을 하고, 홋카이도 삿포로로 넘어가서 8박을 하면서 국제스키장, 루스츠, 니세코 유나이티드, 후라노, 토마무 등을 가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알아보면서 매우 놀란 게 숙박비가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숙박비가 대체로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키 리조트 숙박은 5인 기준으로 1박에 백만 원을 훌쩍 넘어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났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삿포로 시내에서 스키장 쪽으로 가는 외곽 1시간 거리의 온천 마을이 있는데 숙박비도 하루 평균 25만 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건물 10층에 온천도 있으면서 숙소도 넓고 경치도 좋은 곳이었는데 문제는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렌트카를 알아보니 삿포로 시내의 렌트카 회사에서 7인승 도요타 시에나가 다행히 있어서 예약을 하였다. 스키 리프트권은 한국보다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스키와 부츠 헬멧 등 장비 일체는 다 가지고 간다.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아이들과 평생을 두고 떠올릴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무리를 해서라도 가고 싶었다. 이렇게 네 명을 다 데리고 갈 수 있는 시기는 당분간 흔치 않을 거라는 예상도 되고. 아이들과의 여행만큼 행복하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여행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전 세계를 데리고 다니는 아빠도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인정하고 고마워한다.


살아있는 동안 계속 볼 아이들과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잠시 옆에 있다가 돌아서면 바람처럼 사라지는 남남인 인연들과의 그때뿐인 여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을 뼛속 깊이 느끼고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고 많은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는 이번 아이들과의 여행이 끝나면 밖으로의 관심은 모두 접고 내 안으로 집중해 보기로 한다. 김도윤 저 <럭키> 책에 나와 있듯이 여타 잡다한 관심사와 활동을 다 끊고 한 방향으로 올인해서 극대화해 보기로 한다. 그것이 현재의 나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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