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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고 쓰고

2025

by Loche


가슴 높이의 창문밖으로 정원의 무성한 잡초밭이 보이는 따스한 반지하방 원목 책상 앞에 앉아 영미권 작가 존 윌리암스의 소설 <스토너>(1965)를 오닉스 leaf2 하얀색 이북 리더기로 읽고 있다. 한예종 이동섭 교수가 인문학 수업에서 일독을 추천한 책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부활>을 먼저 읽은 후 보기 시작하였다.

한겨레의 <스토너>에 대한 서평을 보니 '책에 눈뜬 인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제목이다. 서평 일부 인용 - [스토너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강의 시간에 책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라는 교수의 질문이 스토너를 '책의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1/4 정도를 읽었는데 주인공의 고독하고 진지한 내면 상태의 묘사가 매우 아름답다. 인물과 성격, 그리고 내면 깊숙하게 깔려있는 정신 상태를 진중하고 유려하게 표현해 낸다. 특별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소설의 흐름에 들어가서 같이 흘러가는 맛이 탁월하다. 읽으면서 김승욱 님의 번역에 감탄하게 된다. 정말 번역 잘했다는 생각이 읽으면서 계속 든다. 다른 소설을 읽을 때와는 몰입되는 차원이 다르다.


직장 일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급여노동자의 굴레를 절감한 후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2년이 지났다. 시작은 책이었다. 그전에도 책을 간간히 읽었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그때부터였다. 지역 도서관과 서점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고 작년 봄부터는 종이 책 보다 이북으로 밀리의 서재의 장서를 읽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져갔다. 처음에는 눈이 가는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관심이 나뭇가지 뻗어 나가듯이 달라져갔다. 그리고 나도 변해갔다.


아직도 잘 안 바뀌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며 변덕스러운 기질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내 안에 내재되어 있지만 그것들을 계속 인지하려고 노력하며 개선하려는 의지가 많다. 한편 그런 기질 에너지들을 잘 스위칭 해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장점으로 승화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2025년 주요 과제 중의 하나이다.


직장노동자로서의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직장에서 받는 급여만큼의 현금 흐름이 발생해야 그만둘 수 있는데 아직 뾰족한 대안을 못 찾고 있다. 하지만 방향을 찾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기는 하다. 이미 많은 것을 얻었고 달라졌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최근에 든 생각은 막연한 창업보다는 재미난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나 위치 자체보다도 그것을 추구함에 있어서 현재의 과정들을 재밌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 누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깊이와 질감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


변화의 시작은 책이다.

작년보다 더 많은 책을 읽자.

그리고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과 방향을 발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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