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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그만

페이스북의 현명한 사용

by Loche



어제오늘 나의 뇌가 좀 이상해져 감을 느꼈다. 페이스북의 끝도 없이 올라오는 자극적인 다양한 피드를 보면서 뇌가 생각을 하지 않고, 생각하기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그냥 피드에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가고 끌려가는 요상한 현상을 인지하였다. 책을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쉬는 중에도 뭔가 다른 것을 하는 중에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자석에 끌리듯이 긴 시간의 공백을 못 참고 페북 아이콘을 누른다. 좋아요와 댓글의 숫자가 달라지면 누가 추가로 좋아요를 눌렀는지, 새로 달린 댓글을 확인한다. 그리고 관심 가는 사람들을 클릭해서 어떤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건 아니야.. 이런 페북질이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 정말 아니야..


페이스북(이하 페북)을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거는 9월에 인도 여행을 갔다가 이스탄불과 리스본으로 넘어오면서 밀롱가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페북을 다시 시작한 지 4개월째, 원래의 목적을 넘어서 갈수록 중독이 심해짐을 느끼게 된다. 페북의 중독성은 정말 크다. 그 강한 자극이 계속해서 더 자주 클릭질을 하게 만든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점점 방해가 된다.


페북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하고 관심 있게 보는 것은 해외 마스터들의 탱고 공연과 피구라 영상들이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생각하며 따로 저장을 해놓는다. 하지만 이런 피드들이 더 자주 끝도 없이 올라오고 단지 보는 데에 그치고 실제 연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북 중독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다가 일단 페북 어플을 폰에서 삭제하였다. 당분간 페북에 들어가지 말아야지. 지인들의 새로운 피드도 보지 말자. 안 봐도 전혀 문제 안돼. 내가 할 일에 더 집중하자.


탱고도 좋지만 내가 탱고를 하는 목적이 뭔지 다시 상기해 본다. 나를 위해서 내 몸을 위해서다. 균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탱고는 나의 부캐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가장 강력한 부캐이겠지만. 시간 배분, 관심 배분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집중해서 성장하기. 평생 가져갈 취미이자 나의 매력포인트이고 예전과 같은 반년 이상의 장기간의 공백은 좋지 않다.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꾸준하게 멈추지 않고 간다.


페북 외에 또 어떤 중독들이 있을까.

담배는 진작에 끊은 지 오래되었고, 술도 최근 거의 안 마시지만 아직도 중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 코스트코에서 캔맥주 한박스를 산 걸 보면. 커피도 혼자 있으면 안 마시는데 누군가를 만나면 달리 마실 것이 없으니 커피를 시키곤 하는데 이것도 더 단절을 시켜봐야겠다.


탄수화물 중독

이건 여전히 심각하다.. 탄수화물 중독도 중독에 포함되는 걸까? 뭔가 중독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미친 듯이 당길 때가 있다는. 중독으로부터의 해방은 일단 내가 중독임을 인지하는 것일 테다. 인지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겠지.


사람 중독, 사랑, 사랑에 빠지다, fall in love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중독일까?

이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사랑은 좋은 중독인가?

빠지는 중에는 정말 아무것도 눈에 안 보여

가슴 설레임이 한없이 황홀하기도 하고


사놓고 아직 안 읽은 '알랑 드 보통'의 책 두 권 <불안>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도 곧 읽어봐야겠다. 지금 보고 있는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 다 읽은 다음에. 한예종 이동섭 교수의 <사랑의 쓸모>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날이 추울 때는 따뜻한 방구석에서 책 보면 시간 자알 간다. 내실을 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운동도 탱고도 적절히 타임라인에 넣어 내 몸 관리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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