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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크리스마스

소설과 실제

by Loche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침부터 대단히 분주한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선물 주문과 포장에 산타 전신복장까지 구매해서 학교에 가서 많은 아이들을 기쁘게 해 준 날, 깜짝 서프라이즈가 끝나고 또 부지런히 선물을 사러 다니고 정성이 담긴 편지와 함께 배달을 하였다. 줄 거 다 주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나 할까


하지만 정작 이브날 저녁에도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혼자다. 외로운가? 아니 그냥 덤덤해. 이젠 초연하다. 혼자여도 부족하다 허전하다 우울하다 쓸쓸하다란 생각이 안 든다. 신기하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참 많이 바뀌었다. 왜 이리도 외롭지가 않은 거지? 스스로 꽉 찬 느낌? 외로움이 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홀로 잘 서있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장기간의 해외여행에서 돌아와서 아직 못한 여행가방 정리, 집 정리와 청소와 빨래도 하면서 몸도 좀 움직여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글을 써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소설을 읽으면서 또 연극을 보면서 그것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라는 생각이 안 든다. 얼마든지 소설이 현실이 될 수 있고, 현실이 또한 소설이 될 수 있다.

소설과 연극을 보면서 웃고 울으면서도 막상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고 무대의 막이 내려가면 잘 읽었다, 잘 보았다, 담담하게 박수를 보낼 수 있듯이 현실도 똑같이 대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혼자여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여러 다양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재미난 소설, 재미난 극 속으로. 무미건조하고 밋밋한 소설은 재미없어. 아름답게, 황홀하게, 드라마틱하게, 사랑이 가득하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보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소설은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사족; 올해 외롭다고 느낀 적이 한 번 있었다 언제였냐하면 북인도 라다크 숙소에서 이북 단말기가 고장이 나서 책을 읽을 수 없다고 당황했을 때이다. 책만 있으면은 외롭지가 않다.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책과의 대화는 더욱 진지해지고 깊어진다.


스킨쉽이 필요하면 가끔씩 밀롱가에 가서 춤추면 됨. 인도 뭄바이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갑자기 가게 된 것이 접촉 결핍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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