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와 새 출발 준비
어제의 가족 스키 나들이를 마지막으로 겨울도 끝이 났다. 면허를 따자마자 운전을 맡긴 아들 덕분에 강원도 스키장에도 편하게 다녀왔다. 혼자서는 당일치기 운전이 도저히 엄두가 안 났었는데 둘이 나눠서 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오전권만 끊어서 스키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가운데로 각 슬로프를 한 번씩 타면서 오랜만에 와본 스키장의 변화된 모습과 예전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다녔다. 막내는 재밌다고 마냥 신나 하고 이제는 상급자 급사면에서도 겁내지 않고 내려온다. 어느덧 1시가 되었고 한낮의 햇살을 맞으며 노곤한 가운데 귀가를 하였다.
올 겨울의 일본 여행과 국내외 스키 여행은 사실상 아이들 중에서 막내가 제일 원했던 것이다.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했고 내가 거기에 부응해 준 셈이다. 이번 겨울처럼 내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준 때도 없는 것 같다. 다 내가 다른 소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탱고(밀롱가, 수업, 쁘락)를 계속하고 탱고 지인들을 만나고 모임에 나갔더라면 애들이 원하는 바를 다 들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탱고를 그만두기 참 잘했다. 여러모로. 탱고가 좋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 상황에서 볼 때에는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른 카페들은 진작에 연초에 탈퇴했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겨둔 곳도 그저께 탈퇴를 해서 모든 커넥션을 끊었다. 하나 남겨둔 곳은 그래도 타 카페들과는 달리 미련이 남아있어서 쉽게 탈퇴를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 내 시간과 애정을 훨씬 많이 준 곳이기에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었다. 그게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하지만 새해가 시작되고 두 달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생각이 계속 바뀌어갔고 그제는 남아있던 미련이 다 사라지고 없음을 느끼고는 망설임 없이 탈퇴 버튼을 눌렀다.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고 돌아가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혹시 나중에 언젠가 그 세계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거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어떤 곳이든 내가 빛이 나면 나를 환영해 줄 곳은 많다. 이미 준 것에 대한 아쉬움과 매몰비용보다는 다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내 앞 날이 더 긍정적이고 가치가 높다. 새 출발은 제로 베이스에서 하는 것이 좋다. 기존 것 다 가지고 가려면 무겁고 저항이 커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딸의 수술은 S대학병원에서 하는 것으로 가족 간에 합의가 되어서 Z대학병원에 전화로 수술 취소를 통보하였다.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재건수술은 의사의 손기술 못지않게 최신 트렌드(전세계 80% 의사가 선택)를 따르는 것도 중요한데 Z대학병원 의사는 구시대(20%) 방법에 여전히 집착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양자 간의 선택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의사 스스로도 수술 결과에 비관적이기에 그 수술의 결과가 좋기는 어렵다. 수술 당일에 열이 나서 수술이 취소되고 곧이어서 S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온 것은 천운이다.
나는 운이 좋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아직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기간이 남아있고 덕분에 레버리지를 낼 시간과 공부할 시간도 있고 내 몸의 활력도 좋다. 이대로 가도 나쁘지 않은 삶이지만 더 멋지게 살 수 있는 성취의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레버리지는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의 50%만 일으키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은 도박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명언인 '주색잡기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는 속담에서 주와 색은 마땅히 피해야 하고 마지막 잡기에 해당하는 유흥과 노름, 도박은 주와 색으로부터 멀리해서 얻어지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가 도박으로 변태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3월이다. 시들고 말라서 딱딱해진 작년의 잡초는 다 깎아서 마대 자루에 담아서 내다버리고 깨끗하게 마당을 가꿀 시기이다.
난 정말 운이 좋다. 운이 나에게 온 것을 느끼고 그 운을 살려나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