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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생계비로 살기

식탐과의 단절

by Loche


두어 달간의 고민 끝에 내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레버리지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전세계적으로 패권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위기이자 흔치 않은 기회이다.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서 나가는 지출을 최소화하고 남는 돈으로 버텨야 한다.


먼저 올해 들어 탱고 관련 지출이 전무하니 전체 지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밀롱가비, 수업료, 지인들과 밥 먹고 커피나 차 마시 디저트 먹는 비용, 하등 의미 없고 유해한 떼거리 먹자마시자놀자 비용, 바에 오고 가는 유류비, 서울까지 놀러 다니는 원정 차비 등등을 안 쓰니 한 달 평균 40~50만 원은 세이브가 되는 것 같다. 그밖에 어디서 더 줄일 수 있을까.


춤을 추다가 안 추니 몇 년 간 계속되어 온 일상의 루틴이 풀어지면서 체중이 많이 불어난 상태이다. 그렇다고 살을 빼려는 목적으로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다시 감량하려면 나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필요할까 궁금하였는데 한동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웬만한 의지만으로는 안 빠질 것 같은 느낌. 그러던 차에 레버리지를 쓰기로 결심하니 내 몸 안의 뭔가가 극적으로 달라짐을 감지한다.


월급 테두리 안에서 기존에 없던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려면 기존의 지출을 상환비만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가장 크게 나가는 비용이 식비다. 바로 엥겔지수. 필요 이상의 과도한 식비를 쓰고 있다. 풍족히 먹으니 돈은 돈대로 들고 살은 살대로 쪘다. 술과 커피를 머릿속에서 삭제해 버린 것처럼, 편의점과 식당과 빵집도 선택 가능한 옵션에서 제거해 버린다. 편의점 가공 식품이 몸에 좋을 리 없고 빵도 그렇다(그리고 우리나라는 빵값 너무 비싸! 터키나 조지아에 가면 맛나고 싼 빵들 널렸는데! 같은 맥락으로 아르헨티나에 가서 저렴한 소고기 맛본 이후로 한국 소고기가 터무니 없이 비싸서 단 한번도 안사다 먹었음. 몸에 좋지도 않고.). 식당도 비싸고. 단, 집 근처 구내식당은 저렴하니 예외로 한다. 그리하여 한 달 식료품비 30만 원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매일 사과 두어 개 먹던 거를 반 개로 줄이고 농수산시장에서 사과 10킬로 한 박스 25개 들이 사던 거를 반값인 50개 들이로 산다. 새로 식재료를 사기에 앞서서 기존에 남아있는 식재료부터 먼저 소비하며 재고를 줄인다. 이렇게 석 달만 살아도 10킬로는 쉽게 빠질 것이다.


운동도 비용이 들어가는 거는 모두 스톱이다. 골프, 골프연습장, 수영장, 헬스장도 사치이다. 홈트만으로도 얼마든지 건강 유지할 수 있고, 집 근처 산책과 조깅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된다.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시점부터 사느냐 죽느냐가 된다. 기존처럼 쓰던 대로 지출하면 상환비 감당을 할 수가 없다. 가장 큰 지출인 식비는 무조건 대폭 감해야 하고 오늘부터 시작이다. 집에 있는 것부터 다 해 먹어서 비운 후에 장을 보러 간다.


식탐과의 단절이 과연 가능할지 지켜보자. 단절을 못하면 신용자의 길로 갈 것이고 성공한다면 매력적인 몸매를 얻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이보다 강력한 다이어트 동기부여는 없다. 반드시 빠진다. 올 가을 건강검진이 기대된다.


남들은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해봤을 극도의 절약을 나는 이제야 시도해 본다.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이런 생활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길지 않게 조기 졸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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