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의 초등학교 학부모 공개수업에 갔다. 항상 바쁜 아이 엄마와는 달리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아이들의 중요 학교 행사에는 꼭 참석하는 나. 큰 딸의 무릎 부상과 수술로 인해 늘 해주던 학교 등원도 못 시켜주다가 개학하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보게 되었다. 대부분 엄마들이 왔고 아빠는 나 포함 세 명 정도. 딸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잘 보이는 각도에 자리 잡고 아이는 수시로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온 게 그렇게 좋은가 보다. 그처럼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다음번에도 어떻게 해서든 꼭 오게 된다. 이런 임팩트 있는 행사는 필히 참석을 해줘야 한다. 다른 부모님들은 오는데 자기 부모가 안 오면 아이 마음에는 상처가 생기니까. 그리고 다른 때는 몰라도 이렇게 한 번 잘(?) 해주면 그 효과가 오래간다. 평소에 잘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잘 못하더라도 꼭 필요로 하는 자리에는 빠지면 안 된다. 선물도 자잘한 거 여러 번 하는 것보다는 특별한 날에 정성이 담긴 큰 거 하나가 효과가 훨씬 좋고 오래간다.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하는 또 다른 것은 학부모 강연이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마지막 수업에 (강연 십분 전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산타 풀 코스튬을 하고 묵직한 선물 보따리를 가져서 나의 직업과 꿈에 대해서 강연을 하면서 퀴즈 형식으로 수시로 선물을 나눠주었고 같은 반 아이들의 반응은 행복 그 자체였다. 수업을 뒤에서 지켜보는 선생님도 깜짝 이벤트에 매우 즐거워하였다. 이렇게 극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선물을 살포한 효과는 딸의 기억 속에 아주 오래도록 남게 된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배정된 공개수업을 마치고 딸과 같이 운동장에 남아서 좀 더 친구들과 놀게 한 후, 편의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딸은 "아빠 사랑해."라고 말한다. 나도 딸에게 "나도 **이 사랑해~."라고 답했다. "아빠 이번 여름에는 워터 파크 가자~." "그래, 그러자~." 이번 겨울 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 일본 가고 싶다고 해서 대출받아서 갔고 가자는 국내 스키장도 다 다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딸에게 잘해주었다.
큰 아들도 국가장학금 신청 건으로 나와 전화를 하다가 먼저 "아빠 사랑해."라고 말한다. 내가 얼마나 자기에게 잘하는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아들도 느끼기 때문이다. 학교 오리엔테이션까지 와서 관심 가져주는 아빠는 나 말고는 없으니까.
둘째 아들도 큰 딸도 나의 사랑을 다 알고 좋아한다.
가정이 화목하고 사랑이 풍족하면 모든 일이 궁극에는 잘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