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식당과 빵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끊고 하루 만 원가량의 식재료비로 해 먹으면서 (기존 아침, 점심 두 끼 간헐적 단식은 유지) 살기 시작한 지 4일 째이다. 하루 두 끼만 먹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이미 다년간 몸으로 체험한 바 있고 다만 식탐의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상대로 그동안 불어난 체중이 무서운 속도로 빠지고 있다. 몸의 힘이 딸리고 허기가 져도 나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아직 은행에 대출신청 서명은 안 했다. 금리는 4.3%, 5년 고정 후 변동. 좀 더 두고 볼 생각이다.) 대출을 받기 전에 내가 과연 한 달 30만 원 식비로 버틸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셈이다.
몇 해 전에 외국여행에서 사가지고 왔지만 계속 방치해 둔 쿠스쿠스 봉지를 오늘 드디어 개봉해서 봉지 뒤에 쓰여있는 레시피대로 뜨거운 물에 넣어서 불려 먹어봤다. 조리라고 할 것도 없이 아주 간편하면서 빠르고, 밥이나 스파게티면을 먹을 때와는 다른 맛난 식감이다. 유학생 때 종종 먹곤 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입이 즐겁다.
쿠팡에서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도 쿠스쿠스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싸니 지금 있는 두 봉지 다 먹으면 새로 주문할 생각이다. 프라이팬에 양파를 볶으면서 스파게티 소스를 넣고 꽁치캔 하나, 참치캔 하나 따서 섞은 후에 따끈한 쿠스쿠스 위에 올리고 농수산시장에서 사서 냉동실에 몇 달째 들어있던 부세조기도 해동해서 구워서 같이 먹으니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많이 남은 것은 내일 식사로 데워먹기로 하고, 사과도 끼니당 1/4개만 먹고 끝냈다. 식사 전과 후로 견과류도 조금씩 먹어주니 꽤 균형 잡힌 식단이 된다.
한편, 몇 해 전에 우연히 보유하게 된 비트코인을 업비트 계좌에서 시세의 오르내림을 보면서 이 이상한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호기심이 생겼고, 크립토 전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제는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트럼프도 언급했다고 하고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한국의 GDP를 넘어섰다고 하니 코인 투자 여부를 떠나서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비트코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먼저 유튜브로 오태민 작가를 포함한 몇몇 스피커들의 채널을 보았고, 오늘은 교보 문고에 가서 오태만 작가의 신간 서적 한 권을 사가지고 왔다.(밀리의 서재에 없고 도서관에도 아직 들어온 게 없어서..) 교보 문고에 갈 때는 차비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걸어갔다. 그 외에도 관할 구청 여러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출가능한 몇 권의 비트코인 관련 책들을 자주 가는 집 근처 도서관으로 상호대차신청을 해놓았고 이삼일 뒤에 찾아서 읽어볼 계획이다.
모르면 공부해야 된다. 뭘 알지도 못하면서 누가 좋다고 하더라 말만 듣고 덜컥 입금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목숨 건 도박일 뿐이다. 아무리 전문가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남이 하는 말은 그냥 남의 의견일 뿐이고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하더라도 방향 수정과 학습이 돼서 다음번에는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깜깜이 도박은 실패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가 없고 다음도 그다음도 러시안 룰렛과 다를 바 없다.
이십 대 중반에 부모님이 선을 주선했는데 상대방 여자와의 사주와 궁합이 궁금해서 종로 2가의 대학생들이 하는 사주카페에 가서 사주를 봤는데 그들의 사주풀이를 듣다 보니 속으로 든 생각이 그들도 공부해서 말하는 것일 테고 내가 직접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바로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명리학 책을 몇 권 사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몇 달 만에 스무 권 가량 보고 주말마다 명리학 대가분들께 찾아가 배우면서 나만의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철학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지식이 없고 판단력이 없으면 계속 이 사람 저 사람 훈수에 흔들리게 된다. 비트코인도 책 열 권 정도 읽으면 어느 정도 지식과 판단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어제보다 나아지고 달라지고 개선되는 오늘이 날마다 계속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해 봤자 얻는 것도 없고 시간 낭비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와 별 차이가 없고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유튜브로 전문가 채널을 보는 게 차라리 낫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감히 큰 그림을 볼 수 없고 반드시 관련 분야의 책을 통독을 해야지만 나만의 지식이 만들어진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쉼 없이 끊임없이. 공부와 성장과 꿈꾸기를 멈추는 순간 생명력이 사라진 좀비 또는 하루살이가 된다. 그런 이들은 가족이 아닌 이상 멀리해야 내가 산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기에는 미련두지 말고 쿨하게 피하는 게 현명하다. <내 옆에 누가 있는가>는 오늘날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혼자서 독야청청 학습하는 지금의 삶이 더없이 만족스럽다.
아래는 교보문고 가는 길에 들러본 어떤 갤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