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둔촌아파트 근처를 지난다. 거대한 높이의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이제는 들어갈 수 없는 곳. 하지만 아직 아파트 건물은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서 있다. 언제 부술지 모르겠지만 부수기 시작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재건축이 끝나고 너무나 멋드러진다고 착각할 고층의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대개의 사람들은 좋다며 금방 또 익숙해지고 옛 추억들은 잊혀지겠지. 나에겐 아버지와 마지막을 함께 했던 곳이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인데.
이 세계에서 영원히 없는 곳이 되어버린 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이상하다. 소멸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 것 같다. 언젠가는 옛 둔촌아파트를 기억하는 사람도 죽어 없어지겠지. 그리곤 시간이 흘러 새로 지은 아파트에 추억을 담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 사람들도 새 아파트를 옛 추억이라며 감상에 잠기겠지. 그리곤 그 사람들도 죽어 없어지겠지. 인간의 삶, 소멸, 순환. 물리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관념적인 것은 영원히 내 것이다.
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