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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Aug 28. 2020

파이란 白蘭


20대 학생 시절 어느날 영화를 보고 술을 먹고 들어와서 그냥 통기타를 퉝겼다. 영화를 보고 왔더니 영화에서 크레딧 올라갈 때 엔딩곡 같은  써보고 싶었다.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 슬프고 서정적인 음악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책과 영화로 정말 감명깊게 본 파이란이 떠올랐다. 그래서 제목을 파이란이라 짓고 그 내용으로 가사를 썼다. 그 학기에 영상음악 과제가 있었다. 이번 학기느 거창한 작품을 따로 하지 않고 이걸 제출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특이하게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는 시간에 맞춰서 송폼을 만들고 템ᄑ 시작 포인트 싱크를 맞추고 이렇게 완성을 했다. 물론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쉽고 심플한 진행에 과제로서 영상음악의 좋은 요소가 없고, 더구나 크릿 올라가고 있을 때 음악이 흐르고 있으니. 그때도 그걸 알았지만 남들은 ‘과제에서는하지 않는 시도를 나는 하고 싶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 그때 통기타 튕기던 감성이 어렴풋 떠오른다. 어설픈 연주, 어설픈 보컬, 어설픈 녹음이 가득한 어설픈 작품, 어설픈 과제였지만 그 어떤 음악들보다도 마음이 가득 담긴 곡 중 하나였고, 아직도 이따금 들으면 20대 시절의 그 마음 떨림이 남아있다. 음악을 더 잘 하고 더 고급지게 더 고퀄리티로 더 수준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음악을 계산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계산하는 음악에 마음이 꽂히니 곡도 더 안써지고 작위적이 되어간다. 문득 생각이 많다. 자연적인 감성은 촌스럽고 진부한 것으로 억누르고 너무  꾸미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음악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시기이다. 더 나이가 들고 물리적으로도 늙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겠지.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할 수 있는 것이 음악 밖에 없고 음악인은 역시 음악으로 말해야하는 것이니. 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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