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타 시내에서는 한국 사람을 단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아소산에서는 한국 사람을 조금 마주쳤다. 유후인에서는 도처에 한국 사람이었다. 일본어나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들렸다.
10월 9일 오늘은 한글날이다. 그제와 어제 나는 한글로 앨범 문구와 밴드명이 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아마 오늘 유후인에선 온갖 곳에 한국인이라 ‘뜻이 바로 읽히는’ 이 티셔츠를 보며 - 특히 싸이월드 중2병 문구 같은 앞면을 보고 - ‘저 관종은 또 누구야.’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한글은 세계에서 최고로 멋진 문자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나는 무조건 한글 티셔츠를 꼭 챙겨 나간다. 그냥 한글이 독창적이고 멋있어서 그렇다. 언젠가 2018년 10월 어느 날 일본 아소산과 유후인에서 지나쳤던 그 관종이 한글을 사랑하는 이름 모를 작은 밴드를 하는 사람이었구나 라고 알게 될 일은 전혀 없겠지만, 그때 그 잠깐 지나쳤던 한글은 조금 인상적이더라 라는 기억은 스치듯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만난 외국인들에게도.
물론 대개는 기억도 관심도 신경도 아무것도 없었고, 없겠지만.
ps. 한글날을 맞이하여 안물안궁이지만 오지랖으로 매년 하는 캠페인.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지 맙시다. 언어인 한국어의 날이 아니고 글자인 한글의 날입니다.’
201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