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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Oct 31. 2020

앨범 마지막 곡, ‘공’ 이야기

그리고 라이브 & 미디어 퍼포먼스

https://youtu.be/8u_lFPT48_I

이상의날개 - 공 (Live & Media Performance)


앨범 마지막 곡, '공' 이야기 그리고 라이브 & 미디어 퍼포먼스

이 곡은 준비한 미디어아트 중 유일하게 실시간 제어로 만든 영상이라는 점. 즉, 미리 프로그래밍해놓은 것을 가지고 미술 감독이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똑같이 라이브로 직접 컴퓨터를 제어하며 만들어 낸 영상. 그냥 미리 전부 작업해놓고 싱크에 맞게 재생한 곡들과는 그런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영감을 받아 그런 주제로 만들게 되었고, 블랙홀로 소멸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한 점의 빛으로 또 어둠으로 순간과 영원을 담은.' 이란 가사에서 처럼 블랙홀로 소멸하는 것이 과연 끝일까 또 다른 시작일까를 생각했고, 그것이 죽음일까 삶일까, 그것이 헤어짐일까 또 다른 만남일까, 순간일까 영원일까 를 생각했다.

영화에서 죽음을 각오하며 블랙홀로 뛰어들었지만 거기서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영화에서는 딸)을 만나고, 그곳에서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경험하고, 다시 블랙홀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자신은 그대로였지만 세상은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는 내용. (특히 딸은 자기보다 훨씬 더 늙어있었다. 그 장면이 정말로 슬펐다.) 어쩌면 블랙홀은 죽음의 시공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시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바로 출발점이었다. 우리 삶에서 수없이 경험하는 그런 끝인 줄 알았던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되는 그런 것들.

우리는 지구 안에서 대한민국 안에서 살아가지만 거대한 우주 안에서는 단세포 조차도 아니다. 우리가 아는 지식은 우주의 미처 알아내지 못하는 진리에 비하며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아무것도 아닌 미물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또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나는 그게 정말로 궁금했다. 우리는 백 년도 못 살면서 천 년, 만 년 살 것 같은 근심과 고통과 좌절 속에서 살아가고 치열하게 싸우며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수천, 수만 년의 인류의 역사 아래 변한 것은 미미하다. 여전히 인류는 힘에 쉽게 굴복하며, 누구나 힘을 갖기를 갈망하며 생태계의 힘의 논리는 짐승이나 인류나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인류는 그저 역사를 기록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이성'이라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에 능할 뿐이다. 나는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그것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건 끝없는 순환과 영원을 표현하고 싶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인류의 순환, 생명의 탄생 그리고 소멸,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연, 우정, 사랑. 그것이 단지 순간에 불과하면서도 영원한 것. 빛이면서도 어둠인 것. 어둠이면서도 빛인 것. 뭐 이를테면 그런 것들. 그것이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는 내가 감히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만.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 밖을 벗어나 볼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슬프다. 죽으면 헬륨 풍선에 매달아 시신이라고 우주로 날려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점의 점의 점도 아닌, 먼지도 존재도 아닌 무가치 입자로 우주를 떠다닐지언정.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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