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21살 때는 대학로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요즘의 대학 초년생들도 그러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요즘은 홍대 앞이 그렇겠지.
그땐 유독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등 때문에 더 그런 듯싶은데 그래서 스무살의 겨울 하면 난 역시나 '대학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많은 일이 있었고 그렇게 모두 다 사그라졌던.
활활 타던 모닥불이 평생 그렇게 탈 줄 알았던 치기 어리던 시절.
모닥불에 기름을 부으면 순간적으론 정말 활활 타오르지만 그건 정말 아주 잠시일 뿐이다. 이내 곧 사그라져버린다. 나에겐 짧았던 '대학로' 인생이 바로 그랬던 것 같다.
겨울만 되면 부르게 되고 듣게 되는 돌아가신 이영훈 작곡가의 '옛사랑', 또 그 노래 속에 담겨있는 흰 눈 나리는 광화문 거리처럼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가 있을 것이다. 특히 겨울에 연관된 그런 장소.
새로 만들고 있는 '스무살의 겨울'의 가사엔 그래서 그 '대학로'를 넣을 것이다. 혜화동, 명륜동, 동숭동 같은 구체적인 지명은 어떨까도 생각이 든다. 그런 곡들이 사실 좀 있긴 하던데.
여하튼 내 또래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PC통신과 조금은 친했던) 사람들은 '대학로'가 남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곡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모두에게.
'넌 스무살의 겨울이 어땠니. 행복했었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 노래뿐만 아니라 다른 추억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곡들도.
조금 슬픈 것은 난 당시 스무살의 겨울이 스무살의 겨울 인지도 모른 채 보냈고 이제야 그것을 추억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무살에 스무살의 낭만을 인지하거나 챙기기에는 그땐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다.
그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슬픈 일이다.
2012.01.04. 에 쓴 글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