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공연을 보러 처음 플랫폼창동61을 가던 날은 공교롭게도 함박눈이 내렸다. 플랫폼창동61 계단을 올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창동역의 고가 전철로를 오가는 전철을 바라보는데 마치 어떤 겨울 영화의 한 슬로우 모션 장면처럼 무척이나 이국적이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 딱 트인 주변의 풍경까지 더해져.
이따금씩 이곳을 갈 때면 그때의 첫인상이 떠오른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어떤 사람들은 서울의 어느 먼 외진 곳에 있다고 낯설어하지만 이곳을 한번 오고 나면 자주 찾아오고 싶어 질 것이란 생각을 한다. (오히려 익숙한 홍대 앞이 아닌 먼 곳에 있어서 나는 그 점이 더 좋다.) 처음 찾아와 볼 예정이라면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그것도 눈 오는 날이면 더 좋을 것이다. 빈 말이 아니다. 주변의 풍경과 고가를 오가는 전철 덕분에 정말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처음 공연을 보고 난 후 시간이 흐른 뒤 운 좋게도 플랫폼창동61과 인연이 되어 이곳에서 2년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것이 영원하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언제고 공연을 보러 찾아오고 싶을 것이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이곳의 풍경과 공기의 냄새,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의 정취가 좋아서. 이 지역은 이제 곧 더 크게 개발될 예정이라 이 느낌이 그때도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까지는 괜찮겠지. 이곳을 찾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의 풍경을 꼭 겪어봐야 한다. 그럼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이네.’ 생각하면서.
201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