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정민 Jan 23. 2021

마작


어릴 적엔 이따금씩 아버지, 어머니, 나, 동생 4명이 모여 마작을 하곤 했다. 아버지는 우리 가족들에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가족들 모두 마치 카드 게임하듯, 가족 레저를 하듯 재밌고 즐겁게 마작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회사 동료 분들과 가끔씩 마작 놀이를 하시려고 (그때 회사에서 살짝 유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들과 연습 경기를 해 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아주 가끔씩 가족 4명이 모여 도란도란 마작을 하는 날이 나에겐 정말 행복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방 정리를 하다 보드게임들 모여 있는 곳에 이 무거운 작은 상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애지중지하며 보관하고 있지만 종종 잊고 사는 이 마작 상자.

이 마작을 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한 게 전부이니 어쨌든 마지막도 가족과 함께 했을 것이다. 어릴 적에 또 하자고 아버지에게 졸랐지만 아버지가 바쁘셔서 더 못 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그 이후로 아마 두 번 다시 못 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떠나고 나는 내년이면 아버지의 나이가 된다. 이 마작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여전히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그대로다. 가끔씩 이 상자를 열어보며 언제 또 마작을 할 일이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아마도 같이 할 사람은 영영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마작 한 패 한 패가 너무나 깨끗하고, 너무나 쌩쌩하고, 너무나도 새 것 같다. 볼 때마다 그래서 더 슬프다. 마작 상자는 얼마 쓰이지도 못하고 그 시절에 영원히 멈춰버렸고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내 방 한 구석에서 아버지와의 기억들과 함께 하고 있을 뿐이다.

2021.01.23.


작가의 이전글 플랫폼창동 6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