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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Feb 25. 2021

케이블카


구름이 멋진 날이었다. 작은 산이고 케이블카를 통해 쉽게 오르는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건 늘 묘한 느낌을 준다. 높은 산, 오르기 어려운 산은 더더욱 그렇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때 내 앞에는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를 탄 몸이 조금 불편한 청소년과 그의 가족들이 있었다. 케이블카 라는 것이 없으면 노약자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높은 산 위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케이블카를 지으면 대자연 훼손과 영구적인 환경 파괴, 그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식물에게 피해를 준다.


모든 것은 양날의 검처럼 앞면과 뒷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도 높은 곳에 올라가 좋은 경치와 함께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것과 그 대자연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대자연은 신체 건강하고 준비된 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생각이다. 어느 정도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몸이 불편한 사람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 케이블카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는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들과 노약자를 위한 엘레베이터도 있었다. 난 그런 점이 좋았다.


비록 그들은 산의 최정상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전망대에서만큼은 모든 사람들과 동등하게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 난 좋았다. 심지어 그 생각은 오래전 유럽 알프스를 여행할 때 느낀 점이었다. 통영 케이블카도 그런 것이 잘 되어있어 좋았다.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은 겸손해진다. 물론 땀을 흘리며 직접 걸어서 오르면 더 성취감이 있다. 그렇게 쉽게 기계의 도움으로 높은 곳에 도달해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평생을 걷지 못하거나 걷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분명 산에 가보고 싶을 것이고, 높은 곳에서 경치도 감상하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도 싶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케이블카를 타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어느 한쪽만 보고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법이란 것을 다시금 느꼈다.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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