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난 꼭 가방 속에 발매했던 음반을 함께 들고 간다. 음반을 작업해가는 여정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 그게 내가 언제나 짊어지고 살아야 할 삶의 무게라는 생각도 들고. 경력도 미천한 나에게 뭐 거창한 것도 아니고 뭐 별 거 아니지만 고생길에 대한 소소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냥 나만의 기념 같은 거.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앞에는 공교롭게도 두 번 다른 음반을 들고 갔다. 세월이 지나 그곳도 변하고 나도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린이 시절에 한번 찍고 청년이 되어 또 가서 찍은 느낌 같은 거. 묘한 기분이었다.
올해도 얼른 마치고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또 어디론가 가야지. 그때면 또 하나의 식구가 늘어있겠네.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