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날개 2집 [희망과 절망의 경계] 발매
모든 음악인들이 그렇겠지만 긴 시간 동안 갖은 고생을 다 하다가 소소한 보람을 느끼고 조그마한 성취감을 느끼는 시간이 바로 이 CD상자를 처음 뜯고, CD의 비닐을 처음 뜯을 때가 아닐까 싶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무가 긴 시간이 흐르고 유가 되어 눈앞에 나타나어 손에 쥘 수 있는 이 순간.
발매 전에 온전히 제작자, 아티스트 만이 고작 1주일 정도 누릴 수 있는 작은 특혜(?) 같은 것. 먼저 맛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이 별 거 아니라면 별 거 아닌 작은 성취감으로 우린 또 갖은 (개)고생을 잊고 다음 작품으로 또 여정을 떠날 채비를 한다. 누가 망각의 동물 아니랄까 봐.
그래도 또 하나 끝냈다. 하기 싫다, 이렇게 해도 되나, 난 이거밖에 안 된다, 지친다, 힘들다, 못 하겠다 등의 모든 나태하고 유약한 감정들에 채찍질을 하고 나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느리게 느리게 걷느라 너무 오래도 걸렸다. 그리고 소속사 없이 제작과 비즈니스 적인 것까지 거의 대부분을 혼자 다 하느라 정신이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의 이 1주일을 소풍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또 아껴둔 보물단지 꺼낼 준비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설레면서 보내고, 발매일 이후에는 조금씩 소멸하듯 박탈감과 함께 하면 되겠지.
세상의 수많은 음반과 음원이 쏟아지는 홍수 안에서 먼지조차 되지 않는 나는 무얼 노래할 수 있을까. 나는 무얼 말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난 늘 이야기한다. 나의 모든 음악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다만 그 관점이 사뭇 다른, 어둡고 슬프고 우울하고 덤덤하고 흐리고 깊고 무거운 면의 아름다움을 늘 살펴보고 성찰하고 노래할 뿐이다. 그러려면 대충 적당히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더디고 느리더라도 한없이 가벼운 것은 나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늘 밝은 모습으로만 비춰질 뿐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티를 내지도 못하지만 마음 한 편에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 주변에도 늘 함께 해주시고 또 어디엔가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음악들이 전해져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은 곧 그들이 나에게 해주는 위로다. 음악을 하는 이유. 다음 여정을 생각하는 이유. 그냥 그게 전부다.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우리가 음악을 통해 만나 서로 마주하는 위로.
이제 1주일이 남았다.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