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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Oct 29. 2021

그 길 끝의 하늘을 향해

어느 날 둔촌동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


오래전에 횡단보도를 걷다가 중앙선에 가만히 서서 우두커니 길 끝을 바라보던 기억, 그 광경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그 이후로 나는 쭉 뻗은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이따금씩 길 끝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들의 아무것도 아닌 듯 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뭔가 생각하고 곱씹어 볼거리들은 늘 가득하다. 우리는 그것들을 감수성 어린 눈으로 찾아보고 지그시 바라보기만 하면 생각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6박자’라는 가제로 이 곡을 만들고 후에 가사를 쓰고 제목을 지으려고 할 때 한 단어로는 도저히 이 느낌을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이 떠오르질 않았다. 늘 그랬듯 이번 앨범도 모두 한 단어 또는 한 덩이로 된 제목을 지으려고 했지만 이 곡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 어떤 단어로도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느낌을 전해주고 싶은, 곡의 주제를 만족스럽게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목은 결국 ‘어느 날 둔촌동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상의날개 음악 중 최초로 띄어쓰기가 있는 제목이 되었다.


나에겐 둔촌동역이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각자 자신들의 옛 시절이 어려 있는 장소, 시간 등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곳에도 하늘은 있을 것이다. 모두 똑같은 하늘. 이 곡을 듣는 사람들이 각자 그때 그 시절, 그곳, 그 순간의 하늘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썼다.


우리들의 삶에는 좌절과 절망, 비극이 가득하다. 하지만 먼발치의 그 경계에는 이런 어렴풋한 희망이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오늘도 우리를 한 발자국 앞으로 이끈다는 생각을 한다. 그 길 끝의 하늘을 향해.


나의 경험과 생각에 비롯된 아무것도 아닌 음악이 각자의 삶에서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의지하는 데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그저 그것뿐이다.


2021.10.29.


https://youtu.be/0UEiH2IdIso

어느 날 둔촌동역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가만히 서서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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