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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민 Feb 16. 2022

그랑블루

[의식의흐름]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 1


[의식의흐름]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 1

‘검은바다’ 곡을 만들던 당시 가제는 ‘그랑블루’였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있는 깊은 바닷속을 돌고래와 인간이 함께 유영하는 그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영화 ‘그랑블루’를 보신 분들은 (특히 엔딩 장면) 그 느낌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게 시작해 우리 인간의 내면 속 어느 한 곳에서도 그런 검고 어두운 바다가 공존한다는 생각을 함께 담아 곡을 완성했습니다.

’ 그랑블루’ 가제를 거쳐 ‘심연’이라는 제목이 될 뻔도 했지만 결국은 단순하면서도 포괄적인 ’검은바다’로 정해졌습니다. 저희에게는 이상의날개 음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고마운 곡입니다.



지금 같은 대형 극장이 없던 어린 시절, 충무로에 있던 대한극장에서는 국내 최대 70mm 대형 스크린을 광고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 시절 나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그랑블루를 봤다.


어린 나이에 봤음에도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바다에서 자란 나도 코찔찔 꼬맹이 시절에 수영보다 잠수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그래서였는지 돌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그 장면의 여운이 오랜 시절 함께 했다.


시간이 훌쩍 지나 동원이가 써온 코드 진행에 나는 머릿속에 있는 풍경을 끄집어내어 기타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다 함께 색을 칠하고 머릿속에만 있던 풍경을 실제 존재하는 소리의 조합으로 완성했다. 그렇게 '검은바다'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 곡을 처음 작업할 때부터 그랑블루를 떠올렸다. 돌고래와 주인공이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떠나던 그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그리고 싶었다. 그랑블루는 나에게 단순히 좋은 영화 그 이상의, 아버지와 극장에서 함께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인 추억 그 자체라 더 애착이 가는 이유도 있었다. 거짓말 같이 아버지도 얼마 안 되어 먼 곳으로 떠나셨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는 내 삶이 현실이 아닌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 그리움의 마음도 이 곡에 담겨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 때가 되면 돌고래와 함께 떠난 주인공처럼 자유롭게 유영하며 사라지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겠지만. 아직 멀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을 하고 관념의 세계로 소멸할 때가 오면 자유롭게 소멸하리라. 다만 작별인사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7.09.19. 에 쓴 글을 옮김.


https://youtu.be/9XkEU2Z7s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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