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정민 Feb 22. 2022

기사단장 죽이기


“완성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모든 사람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이야.”


하루키의 책 15번째를 끝냈다. 총 1200페이지에 다다르는 소설이지만 약간은 판타지 같은 내용의 몰입도가 좋아 술술 읽히는 책이라 며칠 만에 읽었다. 다만,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소재가 대개 그렇듯 뿌려놓은 장치 즉, 떡밥에 비해 회수가 너무 급하게 정리되고 열린 해석으로 남겨놓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아 다른 하루키의 소설에 비해 만족도가 좀 낮았다. 내용도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좀 있고. 읽은 지는 좀 되었지만 차라리 전작이었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좀 더 신선했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1Q84도 너무 뿌려놓은 떡밥들이 많아 아직 4권이 안 나오고 있는데 (차라리 억지로 짜 맞추듯 정리 할바에 영영 안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온다면 정말 어떻게 기똥차게 정리될까 기대도 되고.) 워낙 소싯적부터 하루키의 팬이지만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하루키 옹이 나이가 들었는지 역시 옛 청춘의 방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훨씬 와닿고 가슴이 저미는 여운과 여백이 있는 반면에 비현실적인(판타지) 소재의 장편 소설은 뭔가 너무 스케일을 키워서 장황해지는 느낌도 없지 않은 듯하다. 물론 아이디어나 묘사 자체는 멋진 부분이 많지만 뭔가 약간의 담백함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래도 멋지긴 멋지다. 더 좋은 책들이 말도 안 되게 더 멋져서 그렇지.


차라리 비현실적인 소재에 대한 참신함과 담백함은 그의 단편소설 들에서 빛을 발한다. 실제로 20여 년 전 실존주의를 정말 좋아했던 나는 여러 단편소설들로 먼저 하루키의 팬이 되었고 그 이후에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었다. (그 후 20대 인생 전반을 고립된 섬에서 살게 마음을 지배할 정도로 푹 빠졌었고.)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은 그의 수필들에서 소소한 재미와 낭만을 느낀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위스키 온 더 락에 음악 들으면서 가볍게 읽기에는 참 좋다. 특히 여행 관련된 수필은 더 읽기 좋고. 약간의 간접체험하듯이. 또는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약간의 꿈을 꾸듯이.


다음 이제 16번째로 읽을 책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재밌겠다. 대 역병의 시대를 맞아 영화와 책을 벗 삼아 근근이 살고 있다. 조금은 심심하고 적적하지만 하는 수 없지. 음악? 요즘 잘 안 듣는다. 좀 지겨워서.


2022.02.19.

작가의 이전글 책은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