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성 Jan 07. 2021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도 한다. 나 같은 개인은, 내 삶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소시민은 두렵다. 그 변화에 맞추어 어디에 내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과연 '내 자리'라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불안해하고 있으면, 걱정하고 있으면, 길이 생기는지 물어본다. 그건 아니다.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나를 살게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헤아려본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못하는 것은 더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참 막막하다. 언택트, 긱 경제, MZ세대... 이 친숙하지 않은 단어들 중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늘 그래 왔듯이 책에서 답을 구해본다.  지금껏 읽지 않았던 책들에까지 관심을 넓혀 본다. 새로운 세상이다. 용어들도 새롭고 트렌드도 낯설다. 인구 10만도 안 되는 시골에 살다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홀로 서 있는 것만큼 머릿속이 휘둥그레진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던 것인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런데 책이 쏟아내는 정보들 중에 마음에 쏙 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고 그다음은 피보팅이다.' 유연해야 한다는 거다. 완벽을 기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트렌드는 그 사이 또 변해 버린다. 일단 무언가 기획을 했다면 저질러야 한다는 거다. 신난다. 늘 부족해서, 아직 준비가 덜 돼서 시작을 망설였던 일들을 일단 저질러 보라고 엉덩이 토닥여주는 느낌이랄까.      


내 일을, 내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나'라는 개인을 집중 탐구해 본다.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너무나 별것 아니어서 인지조차 못했던 마이너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파헤쳐 본다. 그래, 내게는 책을 감탄하며 읽을 줄 아는 열린 마음이 있고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글 쓰는 취미가 있다. 이것들이 나의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수 있도록 두 팔 힘겹게 갈고닦아 보아야겠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있다. 거창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잘 닦고 윤을 내보면 소용돌이치는 이 세상에서 비바람 피할 만큼의 재주는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의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해야 한다. 혼란과 무지 속에서도 나의 평온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개의 더듬이를 민감하게 잘 활용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 내 자리 하나 만드느라 불철주야 용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자리만 남고 그곳에 있어야 할 나는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작가의 이전글 말(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