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서 특별한 우리들의 추억

챕터 2. 무화과(Fig)

by 송수지

저는 어릴 때 방학이면 이모댁에 가서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머물다가 다시 동생들이 저희 집에 와서 또 놀다 가고, 꽤 커서까지도 서로 살갑게 집을 오가며 자랐어요.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어릴 때는 귀엽게도 본인 기준으로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크고 나서야 그게 참 특별한 친밀함이고 큰 추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속에는 잠깐 우리 집에 살다 간 까만 콩 다롱이와의 추억도 있고, 집에 돌아가서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울었다는 사랑스러운 쏨이, 프랑크 소시지 가지고 싸웠던 일(너네 기억 못 하더라 우리 개수 정해놓고 먹었었어), 이모가 해주신 맛있는 어묵 볶음,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래서 더 특별한 우리만의 추억들입니다.



작은 뽕이는 저보다 먼저 결혼을 하면서 진주에서 제가 살고 있는 부산에 오게 되었어요.


“여기 조카 바보 있으실까요?”


저는 우리 아기 원이가 태어나는 순간, 동그라미 진이가 태어나는 순간 바보 이모가 되어 버렸답니다. 우리도 아기였는데 이제 더더 귀여운, 머리카락이 꼬부라지는 게 우리랑 똑같은, 발톱 모양까지 닮아버린, 윗입술 두꺼운 것까지(이 유전자는 정말 강한가 봐요.) 웃는 모습이 엄마랑 똑같은 조카들로 더 사이가 돈독해졌어요.


무화과 향은 주원 엄마인 동생이 좋아하는 향 이에요. 몇 번의 체험을 통해서 향수를 만들어간 적이 있는데 감각이 있는지 두 번 만에 꽤 완성도 있는 향수를 만들어 냈어요. 향수를 만들어 가실 때 흔히 떠올리는 생각 중 하나인데 나만의 향을, 세상에 하나뿐인 향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쉽게도 생각과는 다르게 과해져서 뿌리고 다니기 힘든 향수가 나오고 손이 잘 가지 않기도 해요. 저 또한 향수를 만들면서 지나온 과정이기에 공감되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전문가 과정 중에는 브랜드 향수를 똑같이 만들어보는 과정을 넣기도 해요. 보편적인 것에서 나의 취향, 감각, 느낌, 감수성, 직관이 합쳐져야 그때 비로소 나만의 특별한 향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두 번째 만에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는 향을 만들어 냈어요. 본인은 아니라 하지만 넌 직감이 좋아! 공방을 오픈한 날 딱 고른 무화과 향 거기에 제부가 고른 향을 더해서 또 고운 조합을 찾아내더군요. 역시 부부인가요? 고른 향의 조합이 부부와 꼭 닮은 듯 균형감이 좋았어요.


무화과 향은 과일류의 달콤함도 있지만 조금 더 크리미한 느낌이고, 약간의 무게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달콤한 향이 기본 베이스로 거기에 더해지는 녹색의 나뭇잎을 닮은 향기가 올라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요. 봄, 가을과 잘 어울리는 향으로 제가 느끼는 감정은 여유로운 할 일 없는 오후, 느긋한 일상 속에서 순간적으로 작은 기쁨들이 느껴질 때, 그 순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실 때 느꼈던 느낌들이 느껴집니다. 첫 향기에 달콤함만 느껴져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좀 더 깊이 시향해 보시고 초록 잎이 느껴지는 지점을 발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특별함을 느끼 실 수 있으실 거예요.



챕터에 덧붙이는 이야기, 동생들에게 글을 보여줬더니 어른들 몰래 소시지를 굽다가 쇠 젓가락에 데어서 입술에서 소시지 터지는 소리가 났던 일화를 들려줬어요.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저는 소리 내 한참을 웃었답니다. 너무 웃겨서 아픈 것도 잊고 쏨이 특유의 (숨을 꼭 약 15초간 멈추었다가) 숨넘어가게 웃으며 배 잡고 땅을 치며 꼬꾸라졌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동생의 입술을 교훈으로 언니들은 후후 불어가며 조심조심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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