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6. 히노키(Hinoki)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포유짐 이용교 대표님과 함께하는 전자책 만들기 과정을 통해 약 20명의 작가님들과 함께 참여해서 쓰게 되었어요. 공방, 피트니스 센터, 카페, 메이크업 샵, 꽃집 등 다양한 분야의 공간을 각자 운영 중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쓴 글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임의 호칭으로 작가님을 사용했는데 그 부분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다정하게도 느껴지고 평소 부르는 호칭인 선생님은 서로 존중하는 느낌이라면, 보다 부드럽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그런지 새로운 호칭이 꽤나 맘에 듭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는 문장에 그럼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문턱을 낮추어 주셔서 저도 살짝 들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어쩌면 모든 일이 그러하 듯이 겪어보면서 달라지는 부분도 있지요. 처음 생각만큼 가벼운 마음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과 중간중간 짬을 내고 마음을 많이 쏟아야 하는 점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글을 한 번 써봐야지' 하는 마음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일로 모임을 가졌던 자리에서 전과 술 한잔을 먹으며 우연한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 모임에 오신 필라테스 샵을 운영 중인, 에너지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신 현경 선생님의 제안이 시작이었습니다. 근황을 듣다가 글쓰기 과정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같이 참여해 볼래요?” 물음에 모임에 참여했던 모두가 “해볼까? 좋다. 해봐요!” 이렇게 대답을 했던 듯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무슨 맘인지, 아주 도전적인 성향도 아닌 제가 선뜻 대답을 했던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왜 그랬을까?’ 생각에 잠긴 참에 세월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이동도서관에 책을 한가득 실어서 곳곳을 다니시면서 책을 빌려주시는 분이 있었어요. 저희 아파트에도 오시곤 했는데 손꼽아 기다리다가 달려가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차에 들어서면 오래된 책에서 나는, 요즘 서점 향기와는 조금 다른 냄새들이 나고는 했습니다. 고서적이 많은 도서관 문학 칸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그 향이 온통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오래된 그 향들을 맡으며 보고 싶은 책을 고르곤 했습니다.
저번엔 읽은 어떤 책은 재밌었니, 어땠니? 빌려주시는 언니가 물어보시면 무어라 대답을 하고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 책을 골라 두기도 하셨었어요. 어떤 날은 부탁해서 기다리던 책을 받기도 하고, 귀엽다고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셨던 듯도 합니다. 그러면 다 큰 나를 보고 왜 웃으시나? 다 컸거든요! 같은 전형적인 어린이 다운 말을 했던 듯도 합니다. 살포시 정확하지 않게 떠오를 듯하는 순간들이 따뜻함은 지키시던 분이 따뜻했기 때문이겠지요.
한 때는 학교에 적어 내곤 하던 장래희망 칸을 ‘기자’가 차지하기도 했습니다.(온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네요!) 아람단 활동을 했었는데 언뜻 나는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글쓰기로 몇 번인가 상 받은 일이 있어서 기자를 맡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하고 싶어 했었고 그 맘 즈음 글을 읽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머니도 책을 좋아하셨고, 그 맘 때에는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새벽까지 보는 날이 잦았다고 하시니 그 영향이 컸던 듯합니다.
당시는 기자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단어가 좀 멋있어서 마음에 들어 하며 활동했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야영대회 같은 것도 갔었어요. 눈이 똘망하다고(그땐 건조증이 있어서 촉촉해서 그랬어요 선생님!) 깃발을 구령에 맞춰 드는 역할에 뽑히기도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멍 때리다가 타이밍을 못 맞춰서 진행하시는 선생님 농담에 웃음바다가 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주목받으면 긴장했네요.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어릴 적에 즐겨하곤 했던 활동들을 하면 우리 마음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저는 어릴 때 배웠던 피아노 음악을 듣거나, 즐겨보던 디즈니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작이 나오면 지금까지 영화관에 가서 관람을 하고는 합니다. 미술 학원도 꽤 다녀서 전시회 가거나 무언가 색칠하는 활동도 좋아해요. 어린 시절을 가만 떠올려보니 ‘책’이라는 단어가 떠나지를 않네요. 챕터를 써내려 가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글 쓰는 활동들을 해보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할 때면 히노키 향을 맡을 때 나는 느낌과 비슷함을 느낍니다. 처음 향을 맡을 때부터 상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에 좋아해 즐겨 사용하던 향입니다. 보통 우디 노트는 묵직한 나무 향들이 많아서 베이스의 낮은 층과 무게감을 담당하는데 히노키는 향수의 첫 향기인 탑노트에 속할 정도로 가볍기도 합니다.
가벼우면서도 낮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색다른 향입니다. 편백과 피톤치드향으로 많이 비유되고는 하는데 저는 첫 향기는 레몬류의 상쾌함을 처음 느낍니다. 그러다 점점 무릎까지 올 법한 풀잎들이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며 나에게 닿는 느낌, 시야를 넓히면 아름드리나무에 내리쬐는 햇볕이 잎 사이로 눈이 부시다가 그늘을 만들다가 미소 짓게 만드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시원함 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향과 같은 시간들이 참 좋아 누군가 마음이 흐려졌다면 살짝 들고 가고픈 향입니다. 향수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유의 튀는 듯한 느낌에 신중하게 레시피를 짜보아야 합니다. 여러 번 샘플을 제작하다가 꼭 맞는 조합을 찾았을 때의 기분, 꼭 맞는 단어를 찾았을 때의 기분이 비슷해 어쩐지 글 쓰기와 닮은 듯한, 어울림이 좋은 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