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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메 Oct 10. 2020

두 번째 단어 : 가면

나를 가리고 있던 외향과 긍정이란 가면

가면假面 [가ː면] 

1. [명사]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2. [명사]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 또는 그런 태도나 모습.  



"나는 당연히 외향적이고  멋진 사람이지"

그런 줄 알았다. 매년 반장을 맡아하고, 전교회장 선거에도 나갔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내가 생각하는 멋진 학생의 페르소나가 있었다. 몇 가지 특징을 얘기하면 1. 영어 잘하고 2. 토론대회에 우승하며 3. 리더십도 강한 심슨 리지 같은 학생이다. 나는 그 페르소나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췄었다.


https://youtu.be/c0KYU2j0TM4

내향적인 사람이 들어보면 좋은 수잔 강의

남들과 말하는 게 어렵고, 혹시 내 말이 진심과 다르게 해석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날들이 많았지만 나는 당연히 외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외향적이라는 말에 '멋지다'라는 잘못된 가치 평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정말인지 놓치고 싶지 않은 수식어였다.


어? 이거.. 나 내향적인 사람일 수도 있겠는데?

대학생, 처음 자유를 받은 나는 항상 혼자 있기를 택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했고, 평가받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내향적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내향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나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주말에는 꼭 혼자 카페나 도서관을 간다든지 산책을 한다든지의 것들 말이다. 

긍정적이요? 그거 강박아니에요?

나를 가리고 있던 또 하나의 가면은 바로 '긍정'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좋은 습관은 어느 순간 나를 옥죄고 있었다. 문화기획자 교육 첫 날, 장점인 '긍정'을 내세우며 나를 소개했다. 


"저는 어느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돌아온 교수님의 반응

"긍정이요? 그거 강박아니에요?"

......띠용했다.


긍정이란 단어는 무조건 좋은 가치 아니인가?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나의 세계가 흔들리는 질문이었다. 


역시 사람은 입체적인가봅니다. 

사람은 입체적이다.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혹은 뚜렷한 형체가 없는 액체나 기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아무런 편견없이 질문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가면을 내게 씌우고 있는가? 어떤 강박적인 가치를 자신에게 투여하고 있는가? 그것들을 찾아내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단하게 쌓아온 나의 모습들이 무너지는 경험은 역시나 달갑진 않다. 하지만 편안하게 나를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단계는 살면서 꼭 필요한 경험이다. 그래야 어떻게 나를 돌보아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지를 제대로 고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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