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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메 Jun 09. 2020

첫 번째 단어 : 보통 [명사]

평범하고, 당연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보통 [명사]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것

보통이라는 단어는 누가 정의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 일수도 있다. 20대의 나에겐 보통이란 단어가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항상 평범한 삶이 제일 행복하다며 나에게 가르쳐주셨다. "너무 부족해도, 넘쳐도 힘들어.. 보통의 삶이 제일 행복한 거야." 


여기서 말하는 보통의 삶은 이런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그다음엔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삶. 그 안에 들어있는 자잘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취미와 같은 것들은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정상 궤적에서만 맴돌고 있다면 말이다.


   그림 출처 @한 소


나 정말 보통으로 살아도 괜찮은 건가?

내 어릴 시절 꿈은 가수였다. 그것도 아이돌 가수. 아직도 사람들을 모아 두고 노래를 하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온 가족을 매일 모아놓고 핑클 춤을 추던 것도 모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반애들 모아놓고 노래를 부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수의 꿈은 바래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영어학원에 들어가서 진도를 맞춰야 했고, 수학을 잘 못해서 학원을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은 이동시간에 귀에 꼽고 듣는 자투리 시간으로 양보해야 했다.


무취 무색의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은 외면했다. 평범함을 위한 레이스에 뛰어들고 이 페이스를 유지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외고 준비, 고등학교에 와서는 좋은 대학, 대학에 와서는 취직,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결혼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당연했던 내 인생이 답답했다. 내 인생인데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은 고작 스트레스받을 때 사는 소모품들 뿐이었다. 떠밀려서 살아지는 인생을 숨 가쁘게 살아온 나는 결국 무취 무색의 사람이 되었다. 


한 번만 단체 평가에서 벗어나 보세요. 그럼 자기 자신이 보여요. @https://youtu.be/86 lZAbXdfEk



사실 우리는 모두가 다르다. 고로 평범한 삶이란 없다. 

30살,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드디어 레이스에서 벗어난 것이다.  20년 1월 퇴사 후, 원하는 것들은 모두 해보고 있다. 기타도 다시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커뮤니티에도 가입하고, 나처럼 의식 없이 떠밀려 레이싱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레이스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내가 무슨 비범한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아니다. 나는 그저 7살 어린 시절 내 모습을 조금 더 따르는 것뿐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외국 문화를 궁금해하고, 언어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들을 내 인생에 더 짙게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다 다르듯 결국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 그 끝에 내가 없는 레이싱이 아닌 나의 행복이 더 향하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 과정에 실패가 있든, 퇴사가 있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일이 있든 그런 것들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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