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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Aug 23. 2020

AE 8개월 차

2019.08

광고대행사에 입사한 지 7개월이 흘렀다.

이쯤 되면 중간점검이 필요한듯하다.

나는 얼마나 성장했고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얻었는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직도 예전 사업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마치 재혼을 했는데 전 부인을 잊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내 전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지 못했다.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그렇고 일적인 집중도도 그렇고.

아직도 메인 스트림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처음 입사할 때 마음은?

그때로 한번... 초심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본다.

사업을 2년 반가량을 하고 수입은 없는 채 간신히 유지했었다. 그리고 그게 점점 버거워졌고 더 이상 지속할 돈도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고 이십 대의 끝자락에 서서 취업을 결심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면접을 볼 때는 여기서 뼈를 묻고 누구보다 야근을 많이 하고 일을 많이 한다고 답변을 했고 두 광고대행사 중 좀 더 규모가 작은 곳에 가게 되었다.


사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시설은 낙후되었고 분위기도 나랑 맞지도 않았고 전반적으로 너무 어려 보였다. 이곳의 비전이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고 뭔가 굉장히 찌든? 첫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좋은 첫인상을 받은 것은 대표와의 면접 이후였다. 약 두 시간 정도를 대화하듯이 이야기했고 영어 면접도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상황과 백그라운드를 이해했고 높이 평가해준 점, 경력을 5년 차로 인정해준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으로 와 닿았다.


그때 사실 처음의 마음은 일단은 다녀보자였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그때 고민하자. 솔직히 면접 보기 전에 광고, 마케팅, 업계에 대한 리서치나 면접 준비는 거의 안 했다고 본다.


그때의 자만일까, 아직 남아있는 당당함일까.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알아볼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던 마음일까.


그렇게 입사를 하고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험난한 입사 적응기를 거쳤다. 수습기간, 텃세, 지속적인 면담, 야근, 광고주의 컴플레인이 그것이었다.


또 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안 좋아진 것. 그런데 딱히 상황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나아지지 않는 해결 방법.


그간 한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면 크게는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1. 삼성 공모전 운영(4개월)

2. 동원 F&B SNS 운영(3개월)

나머지는 내가 어시로 들어간 것이라 포트폴리오에 넣기는 애매해서 뺐다


둘 다 매우 성격이 다르다.

첫 번째는 BTL 마케팅이라 오프라인 위주로 많은 공수들이 생겼다.

전반적인 운영 기획을 짜고 그것에 필요한 모집공고, 배너, POP 제작을 하고 VOC 카페를 운영하고 지원자들 관리, 행사 진행 총괄, 면접 등을 진행했다.

뭔가 이때는 발로 뛰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더 소진이 되었지만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는 점은 특별히 없었다.


두 번째는 소셜 운영 건.

전에 사업 운영할 때 해보긴 했지만 그때도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조금 막막했다.

시작은 둘이서 했는데 예산이 작은 터라 나중에는 혼자 하게 되었다.

이걸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처음에 기획안을 잡는 부분과 디자이너와 조율하는 부분이었다.

나도 고집이 센 편이고 원하는 게 있고 디자이너도 그랬기 때문에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절실히 필요했다.

여기서 주로 맡은 일은 SNS 계정 관리와 고정 리포트, 콘텐츠 기획, 제작, 이벤트 기획이다.

하지만 운영하면서도 바꾸고 싶어 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두 가지 프로젝트를 비교했을 때 사실 둘 다 일 자체는 좋은 데 과정은 정말 오프로드처럼 험난했다.

인턴과의 트러블, 사수와의 트러블, 광고주와의 트러블, 회사 내부에서의 입지 등이 마치 막 빠질 것 같은 어린아이의 이빨처럼 흔들거렸다.


친한 동료도 없어서 도시락도 혼자 먹었지만 여기가 나름 외국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표방해서 그게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최근에 경력자가 들어와서 친해져서 요즘엔 예전보다는

회사가 조금은 지내기 괜찮아졌다.


그래서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


일단 하나 확실한 것은 참을성이 생겼다.

전 같았으면 진작 퇴사를 했을 텐데 6개월 고비를 잘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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