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조용한 목요일 아침의 사무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늘 아침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어제 마신 위스키 때문일까?
어제 퇴근 후 추천받은 바에 가서 요즘 꼭 붙어사는 친구를 만났다.
이렇게 연애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짬을 내서 자주 본다.
항상 약속을 미리 잡지 않고 당일 필 가면 불러서 만나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친구.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도 좋은 친구.
사회에서 이런 친구를 만나기 힘든데 참 인연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화이트 바'.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 화이트이기에 바 이름이 마음에 든다.
친구에 뒷모습이 보이고 직원은 QR코드 확인과 열 체크를 진행한다.
여기가 진을 아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먼저 Jin Fizz를 주문했다.
먼저 바닐라 루이보스 차를 귀여운 에스프레소 잔에다가 내준다.
Jin Fizz. 아쉽게도 오이를 둘러주지는 않았지만, 진 특유의 청량감이 만족스러웠다.
습관처럼 아이폰의 카메라 버튼을 연신 눌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드림라이프, 삶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깊은 얘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갑자기 바를 가자고 제안한 이유 중 하나는 그제 자기 전에 본
'소공녀' 영화 속 주인공이 유일하게 삶의 낙이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 친구였고
하루 번 돈을 위스키 한 잔에 바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라도 하루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하고
그것마저 없으면 하루를 버틸 힘 조차 없어 보여서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로 시킨 건 '소공녀'에 등장한 스트레이트 위스키.
정말 독하고 향도 소독약 같지만, 그 특유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목 넘길 때 강렬한 스모키 한 향이 중독적이다.
강해서 조금 먹다가 하이볼로 만들어주셨다.
오늘은 콘텐츠 촬영이 있는 날이었는데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로
짜장라면을 만들어서 한 입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화이트 바에서는 안주로 치즈 플레이트와 감자튀김 중에 고민을 하다가
저녁을 먹지 않았기에 감자튀김으로 선택.
여러 가지 형태? 의 감자튀김이 섞여 있어서 좋았다.
맛도 생김새도 식감도 다른 감자튀김들.
사이드로 주는 프레첼도 짭짜름해서 위스키와 잘 어울렸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을 이야기로 가득 채운채
가벼워진 주머니로 지하철에서 헤어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래도 회사 집의 구조로 하루를 끝내는 것보다 뭔가 기분이 좋다.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감성은 충만한 하루가 되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칙칙한 사무실의 직장인이었지만 세 시간은 분위기 좋은 바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진과 위스키를 마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집에 오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침대에 쓰러져버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더 피곤해질 것을 알기에 씻고 눕는다.
잠들기 전까지 연신 인스타 화면을 끌어당겨 리프레시하며
알림을 보는 나 자신이 갑자기 문득 왜 이런가 싶다.
SNS는 현존하는 마케팅 중에 가장 강력한 툴이 되어버렸다.
트렌디함을 좋아하고 좇는 사람이라면 인스타를 하지 않고는 트렌드를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
본인 취향의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정보를 탐색한다.
그 정보들 속에 소비를 부 축이는 수많은 아이템들과 인플루언서가 존재한다.
결국에는, 다 돈과 마케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활동들이지만 알면서도 매번 속는
나 자신이 참 단순하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건 이미지 메이킹.
식당, 카페, 연예인, 사람, 사업가 등 모두들 자신을 sns에서 이미지 메이킹하고 브랜딩 한다.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떤지는 측근들만 알겠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그 이미지로 판단을 하는 시대.
신물이 날 때도 있지만 철저히 상업적이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지녔지만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이 세상을 살기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