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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Nov 07. 2020

‘Baby Teeth’ 사랑을 알려준 영화

saturday afternoon movie

토요일 2:30분 영화라 전날까지 취소를 할까 말까 하다가 취소를 못해서 결국 영화관에 도착했다.


예술영화고 색감과 연출이 마음에 들어서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취향저격과 동시에 감정을 폭발시켰다.

내 마음속 응어리가 그 감정선에서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암을 투병 중인 10대 소녀 주인공 밀라와, 23살짜리 약 중독자 모세스와의 풋풋한 연애스토리와 더불어 삶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 사실 스토리가 기발하다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아름답고 찬란하게 그려냈다.


밀라는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모세스랑 처음 만나게 되고 그 순간 10대 소녀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흐뭇하게 본 장면은 밀라가 집 수영장 앞에서 모세스랑 놀다가 모세스가 학교 연례행사에 파트너가 되어준다는 말을 했을 때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이다.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참 아름답구나 느꼈다.


사랑은 아주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Baby Teeth에서 보여준 사랑은 1020대의 아주 솔직하고 꾸밈없고 찬란한 사랑,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랑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만나서 사랑을 알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

사랑을 할 때 감정은 숨길 수 없다고 한다.

온몸에서 눈에서 사랑이 뿜어져 나온다. 


연애를 할 때, 간혹 그런 말들을 들은 적이 있다.

요새 연애하냐고, 이뻐졌다고.

사랑이 그 어떤 성형수술보다 그 사람을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묘약인가 보다.


또, 하나 기억나는 장면은 밀라와 모세스가 함께 파티에 초대되었는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밀라의 모습. 반짝이는 화려한 조명 아래서 밀라는 투병 중인 환자도, 10대의 소녀도 아닌 사랑이 빠지고 사랑하는 남자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도무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밀라이다.


밀라라는 10대 소녀에게 한 수 배웠다. 사랑이란, 먼저 주고 표현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 사람을 위해주고, 챙겨주고, 행복하기를 기원해주는 것이라고.


이 영화가 유독 눈물샘을 자극했던 부분은, 마지막 밀라가 죽는 장면부터, 바닷가에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죽음을

넌지시 알리는 장면, 모세스에게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죽여달라고 한 장면 등이었다.


영화에서 캐릭터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 엄마는, 아픈 딸에 대한 죄책감으로 우울제 약을 달고 산다. 그녀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미성숙하고 남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한 여자의 모습, 딸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자신의 직업이었던 피아노 치는 것을 버린 엄마의 모습이다. 헨리는 밀라의 아버지인데 심리치료사이다.

철저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밀라의 죽음이 다가오자 결국 굳건한 모습이 무너지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영화가 생각보다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켜줬고 힐링이 되었다. 사실 요 며칠 쌓인 것들이 있어서 산에 가서 펑펑 울고 오고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쏟아내니까 왠지 후련해졌다. 더불어, 사랑에 대해 배워가는 영화였다. 오늘의 선택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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