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트북처럼.
고장 난 외장하드처럼.
물에 빠진 핸드폰처럼.
많이 떨어뜨린 에어팟처럼.
깨져버린 핸드폰 액정처럼.
산산조각난 아이섀도우 팔레트처럼.
잉크가 마른 만년필처럼.
...
고장나버렸던 그런 날.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어떤 단순 반복 행위를 계속하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지만 잊을 수 있어서
채워지지 않는 텅 빈 몸을 그렇게 두었다
내가 잘못인 걸까
그가 잘못인 걸까
알 수 없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냥 운명이 아닌 걸로
세상은 넓고 좋은 사람은 또 있을 테니까
나침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헤맸다
툭 치면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았다
나의 세계 안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상처 받게 하지 못하게
이제 고장 난 자신을 고쳐 다시 새것처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