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우연히 즐겨 찾는 문화 콘텐츠 사이트에서 서울 북서울미술관에서 '해외소장품걸작전《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을 전시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에 갔을 때 테이트 미술관에 방문했었고, 그때 받았던 감명이 큰 터라서 바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집에서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되는 북서울미술관. 그날따라 날씨도 추워서 살짝 후회할 뻔했지만 관람하고 나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먼저 도슨트 타임에 맞춰서 갔기 때문에 첫 라운드는 쭉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도슨트 투어가 없었기에 괜히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대표적인 그림들을 스토리와 함께 보니 확실히 좀 더 확장이 되는 것 같았다.
다른 그림들보다 가장 이 전시의 테마와 절묘하게 맞았다고 생각한 작품은 바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었다.
말 그대로 빛 그 자체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한 공간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 공간은 어떤 뿌연 안개 같은 것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으로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빛을 응시하면서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방향을 열어주는 작품이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위에 보이는 작품. 이 공간에는 창문이 없지만 바닥에 저렇게 빛의 그림자가 펼쳐져있다. 처음에 관람객은 양옆과 위를 보면서 창문이 있는지 살필 만큼 리얼하게 전시되어있다.
이 작가의 창의성에 놀랐던 것이, 대부분의 화가들은 캔버스 안에서 창의성을 펼친다면 이 작가는 그것에서 벗어나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스스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캔버스가 아닌 무엇이든지 창의성을 표현하고 주제를 담아낸다면 충분히 아트가 될 수 있구나라는 점을 느낀 순간이었다.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위 작품은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여인의 뒷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감정들이 단순히 서 있기만 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고 그 자체로 스토리가 연상되었다. 이전에 봤던 바닥의 그림자 작품이 있던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몰입감도 배가되었다.
빌헬름은 종종 멜랑꼴리, 고립, 상실의 무드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 빛은 그의 그림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한다.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면서 내 삶을 바라보게 되어서 마음이 심란할 때 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