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에서 진행하는 '그림향기' 라는 코너에 다녀왔다. 코너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에 끌려서 예매하게 되었다. 러닝타임도 2시간 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어서, 영상을 보여준 뒤 해설이 진행되는 포맷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오늘 소개할 1부에서는 끝없는 절망 속, 희망을 찾아서 <뭉크>라는 주제로 정우철 도슨트가 진행했다.
먼저 정우철 도슨트는 뭉크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뭉크 작가에 대해서는 절규라는 작품으로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의 생김새와 살아온 과정은 알지 못했었는데 배경을 알고 그림을 보니 훨씬 몰입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이런 외모의 소유자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그는 생각보다 멀끔하고 신사처럼 생겼다.
그는 어린 시절 불운한 가정환경 속에서 살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 5남매였던 그의 어머니는 5살 때 폐결핵으로 죽고,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그의 누나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위의 '아픈 아이' 그림은 그의 누나가 아파서 누워 있을 때 모습을 떠올리며 그렸다고 한다. 좌우상하로 가늘게 이루어진 브러시 선처리가 그의 아픈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그림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전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 그림을 아무 스토리 없이 봤기 때문에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비화를 알게 되니 180도 다르게 보였다. 뭉크는 첫사랑 밀리를 만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었고, 죽을 만큼 사랑하던 그녀가 그를 냉혈 하게 떠나고 나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에서 노을 지는 하늘과 뭉크 옆으로 흐르는 강이 강렬한 색감으로 휘몰아친다. 그는 말한다, 갑자기 세상이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괴로운 소리를 뿜어냈고, 그는 참을 수 없어 귀를 막는 모습이라고. 그만큼 그는 그녀를 떠나보내고, 죽을 만큼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며 정신적인 고통으로 나날을 보냈다. 이 작품은 경매장에서 1355억 원에 낙찰되었고, 두 번이나 도둑질을 당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놀랍도록 본인 스스로에 대한 메타 인지력이 높았다. 그는 스스로 정신병동에 들어갔고, 거기서 그는 빈센트 반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 그림을 보고 인생에 대한 관점이 180도 바뀌었다. 그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자연조차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반고흐는 밤하늘을 보고 그리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줬다. 그렇게 영감을 받은 그는 존경의 의미로 뭉크만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그리게 되며 자신도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뭉크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그린 그의 명작, 노르웨이 사람들의 빛이 되어준 그림 '태양'이다. 뭉크와 이 그림은 노르웨이 지폐에 올라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그림만 보고 있어도 뭔가 내 안에서 꿈틀거릴 정도로 이 그림은 좋은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렇게 뭉크는 절망스러웠던 어린 시절을 겪고 실연을 당한 암울한 사람에서, 그림으로 희망을 찾고 또 자신도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으로 발돋움했다.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죽기 전까지 작업한 유화 약 1,100여 점, 판화 약 18,000여 점 등 그의 모든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으면 하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모두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처럼 다이내믹하게 살다 간 뭉크. 그의 스토리와 역사를 알고 나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그가 마지막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본인이 가진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파했다는 점이 정말 멋있었다.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