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점심시간
가장 화가 나는 일 중에 하나는 맛없는 식당에서 꽤 많은 돈을 내고 먹는 식사이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요즘엔 더워서 안 그래도 입맛이 없는데 오전에는 좀 선선한 것 같더니 오후가 되니 다시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그래서 사무실 건물 지하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사람 몰리기 전에 가려고 11:30분에 맞춰서 내려가서 다행히 한산했다. 저번에 갔을 때 매니저님이 먹었던 파스타가 맛있어서 그걸로 바로 주문했다. 원래 가격은 9000원인데 위워크 멤버라서 5%가 돼서 8500원. 파스타의 가격 치고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게 생각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비주얼을 보고 벌써 초심이 변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플레이팅이 너무 성의가 없었다. 튀긴 국물들도 닦지 않았고 내가 오 마일에서 담아냈던 것보다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다.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번 플레이팅도 별로였는데 연속으로 실망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파스타 또는 샌드위치는 안 시키려고 한다. 샐러드와 토스트가 그나마 가격 대비 가장 낫다.
오늘 시킨 버섯 크림 파스타는 저번에 이미 맛을 본 파스타라서 그 맛을 상상하며 포크로 파스타와 소스를 버무렸는데 뭔가....? 다른 느낌? 이 느낌이 아닌데? 의아해하며 숟가락에 돌돌 말아서 입안으로 가져가니.. 역시 맛에 관해서는 내 느낌이 틀린 적이 없다. 맛.없.다 특히 파스타 위에 장식으로 뿌린 초록색 같은 것이 파슬리인 줄 알았는데 고수 맛이 강하게 올라와서 그때 입맛이 확 죽었다. 사실 고수는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사람들이 선택하게 물어보거나 뺄 수 있게 큰 조각으로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갈려서 파스타 위 크림소스와 밀착돼서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씹을 때마다 너무 센 맛이 크림 파스타의 균형을 다 흐트러버렸다.
휴... 내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의 A형 예민 보스가 이럴 때 튀어나온다. 가장 감정 폭발하는 상황 중 하나가 이렇게 내 돈 내고 맛없는 거 사 먹었을 때이다. 몇 수저 먹다가 문득 내 몸이 거부하는 이 음식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서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았다. 거의 반 이상이 남은 상태. 트레이를 가져다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직 배가 조금도 부르지 않은 상태. 아니 이 맛을 씻어내고 싶은 상태. 떡볶이? 빵? 생각하다 느끼진 맛을 없애려면 조금의 매콤함이 첨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가장 가깝고 실내에 여러 레스토랑이 입점돼 있는 GFC로 향했다. 지하 2층에 있는 쥬시 브로스에 가보니 이미 거의 다 팔렸고 스노 폭스에 가서 살피다가 스파이시 캘리포니아롤을 선택했다. 생각해보니 오늘 점심값에 8500+7500=16000원이라는 거금을 쓴 것이다. 갑자기 분노가 이끌어 올라온다. 이 가격이면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너무나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금액인데!!!!! 앞으로 식당 선택에 유의해야겠다. 한 시간 뒤에는 배가 부글부글 거리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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