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은 많아진 밤이었는데 엄마가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오드리 헵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다. 196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알고 보니 뮤지컬 형태였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놀랐던 것은, 영화의 화질이나 미장센이 요즘 영화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제3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음향상,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수상작 / 각색상, 편집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작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라이자(헵번)는 아주 가난해서 길거리에서 꽃을 팔러 다닌다. 그녀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 행동과 말투가 너무나도 경박했다. 그러다가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되고, 교수는 그녀를 6개월 만에 교육시켜서 대사관 무도회에 참석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그가 이기는 내기를 친구 피커링과 하게 된다. 그는 밤낮없이 그녀의 교육을 스파르타로 진행한다.
히긴스 교수는 그녀를 씻기고 입히고 먹여주고 하면서 그녀를 천천히 변화시킨다.
그녀는 마침내 발음을 마스터하게 되고, 그렇게 히긴스 교수와 함께 지내며 사랑에 빠진다.
대망의 날이 있기 전 리허설을 하기 위해 한 경마 행사에 참석한 일라이자.
그녀는 아주 잘 해내다가 마지막 경주가 시작되자 흥분해서 예전 말투와 행동이 다 나와버린다.
드디어 대사관 무도회가 있던 날, 그녀는 모두의 관심을 한눈에 받고 일약 화제가 된다. 그녀의 미모, 아름다움, 분위기가 무도회에 참석한 모두를 홀려버린다. 무도회에 참석한 왕자도 그녀에게 반해 그녀에게 춤을 신청한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는 탄로 나지 않아서 히긴스 교수는 끝내 내기에 이기게 된다. 하지만, 내기는 끝났고 이도 저도 갈 곳이 없던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다가 다시 히긴스 교수에게 돌아가면서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백미는 오드리 헵번의 쾌활하면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다. 그 깡마르고 작은 몸에서 어쩌면 그렇게 큰 에너지가 화면으로 뚫고 나오는지 신기하다. 특히 그녀가 맨 처음에 가난한 꽃 파는 여자로 등장할 때, 제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마치 천진한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캐릭터가 사랑스러웠고, 모두를 매료시킬 수밖에 없는 숙녀 일라이저 또한 사랑스러웠다. 60년대로는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운 의상, 메이크업, 촬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