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길 홍차가게

자양동

by LOFAC

아지트. 개인적으로 즐겨 찾거나 자주 머무르는 장소를 은유적으로 아지트라 부른다. 뚝방길 홍차가게는 나의 아지트다. 이곳은 기분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혼자서나 둘이서나 가도 좋은 곳이다. 평소에는 스콘 세트를 시키고 홍차를 리필해서 오래 머물곤 한다. 스콘 세트를 시키면 스콘 두 개와 클로티드 크림과 잼이 함께 나온다. 스콘 세트에는 정해진 스콘이 있지만 나는 언제나 기분에 따라서 스콘을 바꿔서 주문한다. 뚝방길 홍차가게의 스콘 디스플레이는 마치 놀이공원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 곳에 몰려있다. 연신 디스플레이 윈도 앞에 오래도록 서있다가 다음 손님이 오고 나서야 내 자리로 향했다. 스콘은 시즌 별로 바뀌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즈널 스콘은 바로 트러플 스콘이다. 워낙 단가가 높은 재료라서 지금은 맛볼 수가 없다.


친구와 뚝방길 홍차가게에서 애프터눈 티를 먹은 것은 두 번. 두 번 다 대만족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친구도 좋아하니까 더 기뻤다. 한 번은 친구 생일이었는데 사장님께서 센스 있게 해피버스데이 데코레이션을 해주셔서 친구가 참 좋아했었다. 워낙 이곳을 자주 찾다 보니 사장님도 나를 알아보셨고 올 때마다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사람은 이런 작은 관심과 행동에 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이런 사소한 관심과 행동을 해줘야지. 지난번에는 포장을 했는데 서비스로 쿠키를 챙겨주시기도 했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트색 외벽과 문 다양한 홍차 리스팅, 그때그때 바뀌는 스콘, 클로티드 크림, 빈티지한 인테리어,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사장님 그리고 애프터눈 티까지.


먹어본 메뉴

크리스마스 애프터눈티 세트

홍차



한동안 여기 혼자 가서 부라타 샌드위치를 몇 주 연속시켜먹을 정도로 빠졌던 적이 있다. 러스틱 브레드 위에 바질 페스토, 선드라이드 토마토 그리고 부라타 치즈만 올라갔는데 참 맛있었다. 나는 소량의 재료들이 모여서

담백한 맛을 내는 음식을 좋아한다. 애프터눈티 가장 밑에 있는 플레이트에는 식사류가 담겨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키쉬가 나와서 속으로 너무 기뻤다. 키쉬는 달걀, 우유에 고기, 야채, 치즈 등을 섞어 만든 파이의 일종이다. 한국에서는 키쉬를 파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국 유학시절 먹던 키쉬가 생각나서 추억에 푹 빠져서 키쉬를 천천히 즐겼다. 가장 위에 있는 플레이트에는 디저트가 준비되었는데 우리는 수다를 떨면서 먹다 보니까 배가 점점 더 불러와서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스콘 하나를 포장했고 디저트는 다 먹을 수 있었다. 디저트 중에 사장님의 솜씨로 탄생한 귀여운 딸기 눈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장소가 주는 힘은 대단하다. 장소는 위치, 인테리어, 음악, 향기, 사람, 음식 등 수많은 요소가 어우러져서 이루어진다. 뚝방길 홍차가게는 나한테 정신적 안식처이자 친구가 되어줬다. 이곳에서 홍차와 스콘을 시켜놓고 그저 사색하면서 즐기는 애프터눈티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곳은 소중한 사람들하고만 가고 싶다. 내게 소중한 장소이기 때문에 보물 같은 곳을 보물 같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