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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찾아왔네요

할 말이 다 끝나갑니다.

by 로파이


스스로의 초라함과 예상하지 못했던 황망감이 뒤엉켜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떨구던 날에 따뜻한 봄이 찾아왔네요


온몸을 감싸던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읏추읏추 했던 계절이

한밤새 자고 일어났더니 따뜻한 봄이 찾아왔네요



오늘 하루 어떠셨을까요?


저의 하루는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햇볕이 너무 좋아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바람이 너무 좋아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눈을 감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생각으로 뒤엉킨 머릿속부터 온몸 구석구석까지

따스함이 스며드는 기분에 눈물이 목 끝까지 차올랐습니다.


눈을 질끈 감아

눈물을 꾹 눌러 삼키며

입술을 꽉 물었더니

조금은 진정이 되었답니다.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을까요?


저의 하루는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온도가 너무 좋아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기분을 환기시키려고

인센스스틱에 불을 붙이고

제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제가 만든 디퓨저를 가까이 두고

향으로 무엇이든 메워보려고 덮어보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이 향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제가 좋아하는 향이어서 결국 소용이 없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하는 제가 참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실은 괜찮지는 않습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을까요?


산책이라도 다녀올까요.

산책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렇게

할 말이 다 끝나갑니다.


https://brunch.co.kr/@lofi/149


일전에 제가 쓴 글을 보고 이미지를 만들어 보내주신 분이 계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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