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

파인더로 보는 세상

by 로파이


그다지 적지 않은 세월을 살다 보니 사람과 사람의 결이 톤이 잘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런 사람과 우연이든 필연이 든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만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사실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연인이든 친구이든 또는 회사 상하 관계이든간에 말이다.


나는 이별보다 만남을 늘 두렵게 생각했다. 만남이 없으면 이별도 없을 테니 결국 이별까지 닿을 일도 없을 것이고, 사람에 대한 상처도 방지할 수 있고 실망감에 마음 떨어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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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일 팀장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죠. 총괄님은 잠시 앉아계시고 나머지 분들은 업무 보셔도 되세요.


일곱 시간의 긴 회의 끝에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나를 제외한 팀장분들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갔다.


- 총괄님 이상한 소문이 들려서 잠시 대화를 나누려고 남아있으라고 했어요

"예. 말씀하세요 혹시 무슨 소문일까요?"


- 총괄님 혹시 회사를 그만두실 생각을 갖고 계신 걸까요?

- 시기도 구체적으로 5월이다 6월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아서요.


거짓말을 생각보다 못하는 나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실은 그게 사실입니다. 소문은 아닙니다."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실은 그만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시기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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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음에 감기가 다시 찾아왔다. 올해 초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만 17개월간의 단약은 결국 막을 내리고 말았고, 인레놀과 자나팜을 다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스스로 이렇게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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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내가 마음을 쓰고 있는 직원 한 명이 누굴까.. 생각한 후 그 친구를 마음에서 밀어내기로 결심했다.

혹여나 이 친구 때문에 내가 결정한 마음이 혹시나 누그러들까

혹여나 내가 퇴사 후 후회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모든 관계를 더 깊게 만들지 않기 위해 나는 먼저 직원들과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점심뿐만 아니라 회식 또한 스케줄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두고 떠나는 연습을 약 2개월 동안 남모르게 걷고 있었고, 결국 나는 며칠 전 퇴사를 결심하고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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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약을 다시 먹게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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