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파인더로 보는 세상

by 로파이


나름 마음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던 감기를 잘 이겨내고 있었다. 아니 나름 요령 있게 억제를 했다는 표현이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는 아침과 규칙적으로 하루를 맺어가는 그 수개월이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스멀스멀 다시 감기기운이 돌기 시작한 건 올해 초 사람 관계에 대한 마음의 상실감이라고 해야 할까?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으로 보게 되고 그것들을 마음에서 삭혀내고 상대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꽤나 마음앓이를 심히 겪은 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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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감정보다는 일에 초점을 더 두고 움직이다 보니 역시나 감정을 추스르거나 약을 먹을 시간보다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아 도움이 꽤나 많이 되었지만 결국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나는 유독 상호 간의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않아 스스로 답답 또는 갑갑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상황이 지속적인 패턴이 유지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약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어 비상약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결국 수개월 만에 참지 못하고 먹게 되는 일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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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사실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가 처음 겪어보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생소한 업무에 흥미를 많이 느낀 게 사실입니다. 다만 저희 팀이 실수하지 않은 부분까지 질책의 대상이 되고 그런 일이 점차 잦아지는 상황을 겪으면서 제 능력의 부족함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런 의미가 없는 회의에 참석해서 시간을 쓰고 듣고 있는 부분이 저는 상당히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 역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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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했다.

그래 맞다 나는 나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아닌 것 같다는 강력한 느낌이 왔다.

주저할 것 없이 퇴사를 이야기하고 나오는 길에 오래 알고 지내던 형님에게 연락이 왔다.


- 저녁은? 먹었어?

"아니오 아직 안 먹었죠. 어쩐 일이세요?"

- 오늘 시간 좀 되나??

"지금요? 어디신데요? 제가 넘어갈게요"

- 남양주로 몇 시까지 올 수 있어??

"넉넉히 두 시간 빠르면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위치 알려주시면 도착해서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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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고, 형님은 내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 내 일 좀 도와줄 수 있어??

"일이요?"

- 응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야기하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도와드리면 되는 거예요??"

-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디렉터를 좀 맡아줄 수 있어?


"안 그래도 방금 퇴사를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네요."

"예 제가 도와드릴게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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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사 후 바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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