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2018년 12월 어느 날,

by YEON


산티아고,

나는 어쩌다 그곳에 가게 된 걸까?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잘 해낼 수 있다고, 나를 믿고 있다.

그동안에도 잘 해왔고, 그렇기에 크게 힘든 일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으니까.


그래서인지 오히려 나는 내 모습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아니, 못마땅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는 보통사람이다. 정말 평범한 보통사람.

늘 누구나 다 하는 정도로, 그 누구보다 노력하지도 애쓰지도 않는. 그저 그렇게 적당한 사람.

정말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만 하고, 나도 해볼까? 하다가 결국 작심삼일로 그쳐버리는..

그러면서도 '나도 하면 잘할 거야', 라는 막연한 믿음만을 갖고 있는 그런 사람.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이겨내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저 주어진 일만을 해내며 평범한 일상을 사는 보통사람 말이다.


누군가는 '보통'이 참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지만 늘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사는 나에게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깰 용기도 없는 답답함. 아마 그래서 나는 내가 못마땅했나 보다.


나는 나에게 객관적인 지표로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저 나에 대한 막연한 믿음보다도 누구에게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지표 말이다. 그래서 '이것 봐, 너도 할 수 있다고.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마침 나에게 시간이 생겼다.


하고 있던 일의 계약이 종료되고 새로운 계약이 시작되기 전, 나에게 생긴 3달이라는 시간. 워낙 여행을 좋아하던 나이기에 그 기간 동안 당연히 여행 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미친 산티아고라는 곳.


처음 여행지를 산티아고로 결정한 이유는 그저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산티아고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왕 산티아고까지 가는 거 완주를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완주에 필요한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직장인인 나에게 퇴사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었기에... 언제가 가고 싶었던 곳, 이렇게 시간이 생겼을 때 가면 되겠다는 그저 단순한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산티아고에 가기로 했다.


산티아고에 가기로 결정한 후 주위 사람들은 열이면 열, 이렇게 물었다.

"아니, 왜 굳이 그 먼 곳까지 고생을 하러 가?"

나는 "시간이 생겨서, 한 번 가보고 싶었거든"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는 나도 내가 왜 산티아고에 가고 싶은지, 그 이유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나 스스로에게 고난과 한계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대략 10kg의 배낭을 메고 매일매일 20km의 길을 걸어야 하는 고난과 그 길에서 내가 만나게 될 한계.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겪고 느낄 생각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 고난과 한계 속에도 나는 잘 해낼 테니까, 잘 해내고 나면.

"이것 봐. 넌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산티아고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