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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pr 06. 2020

버리니 채워졌다.

늘 먼저 버리지 못했다.


두려웠다.

혼자가 되어버리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내 마음이 텅 비어버릴까 봐

내가 무너질까 봐


그래서 아파도 안았다. 더 꽉 껴안았다.

떠나면 더 아플까 봐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조금 아픈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아파도, 힘들어도, 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버틸 수 있었다.

아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먼저 버려야 했다.

나를 위해 버려야만 했다.


버티는 것은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아프게 병들게 하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픔을 무시하는 일이었다.



용기를 냈다.

무서워도 나를 위해 버렸다. 겁이나도 나를 위해 버렸다.

무서웠다. 겁이 났다. 다시는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채워졌다. 버리니 채워졌다.


아프게 하는 것들을 버리고, 힘들게 참던 것들을 버리니, 채워졌다.

그 공간에 다른 행복이 채워졌다.

내가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그 자리를 채워줬다.


용기를 내고 아픔을 버리니, 채워졌다.

다시 조금씩 행복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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