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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15. 2020

스튜디오에 사진을 배우러 갔다.

폴라로이드 사진과 연남 투어

처음 에펠탑을 보러 갔을 적, 사진에 온 힘을 다하는 동행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 서봐, 아니 허리 좀 더 피고, 잠깐만 사람 지나간 다음에, 기다려 움직이지 마!


너무나 보고 싶던 에펠탑 앞에서 정작 에펠탑을 등지고 어색한 포즈만 취하던 나. 에펠탑을 보며 감동에 젖고 싶던 나는 그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랐다. 


남는 건 사진이야.


동행이 사진을 찍으며 입버릇처럼 하던 말. 사실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여행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오고 싶던 곳에 왔고, 그것을 보고 느끼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점 사진에 온 힘을 다하는 일행들과 조금은 떨어져, 그들을 기다리며 나만의 시간을 갖고는 했다.


근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말을.



여전히 여행을 가서 무조건적인 사진 찍기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어쩔 때는 여행이 아닌 사진이 주 목적인 듯 보일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진만큼 그 순간을 기록하고 간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 시간을 순간을 저장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아니까. 정말 가슴 벅찬 순간 카메라로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에 아쉬워할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을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나 또한 그래서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을 그리워할 나를 위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같은 장소를 찍어도 더 사실적으로, 내가 느꼈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저 지나가며 찍은 사진들로도 나의 추억을 회상하기에는 충분했지만 그래도 조금 사진에 대해 알고 찍는다면 더 나의 추억을 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스튜디오로 사진을 배우러 갔다.


인터넷으로도 간단히 사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실제적인 경험을 하며 배우고 싶었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배우기에는 부담스럽던 차에, 남의 집 홈페이지에서 '폴라로이드와 연남 투어'라는 프로젝트를 보게 되었다.

예쁜 카페와 골목들이 가득한 연남동을 투어 하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진을 찍어보는, 사진의 기본기에 대해서도 전문 작가님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기에 주저 않고 신청하게 되었다.

폴라로이드와 연남투어가 진행된 '스튜디오 피플'

도착한 스튜디오는 전문적인 장비들로 가득했고 긴장된 마음이 풀릴 수 있도록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스트님께서 준비해주신 다과와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오늘 함께 할 폴라로이드를 고르고 나서 사진에 대한 기본기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삼분할의 법칙, 피라미드 구조, 대각선 활용, 프레임 안에서 찍기 등등. 이미 알고 있던 부분도 전혀 생각지 못하던 부분들도 있었기에 너무나 새롭고 재미있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했던가. 여러 가지에 대해 알게 된 뒤에 사진을 보게 되니 더 이해되는 부분도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도 많았다.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이제 실전의 시간. 그저 이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지만 배운 것들에 대해 실제로 찍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운 대로 찍어보고 싶은 두근거림과 그만큼 찍히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그래도 작가님과 함께 배운 이들이 있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연남동으로 나섰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과 밝은 태양.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연남동은 아주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꼭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집과 멀지 않은 곳임에도 처음 보는 골목, 구석구석 숨어있던 카페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유럽의 소도시 느낌이었달까. 

 배운 것을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생각하며 찍어본 사진들과 하나뿐인 나만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아끼고 아끼며 찍었던 폴라로이드까지.

쌀쌀해진 날씨에도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사진을 위해 이곳저곳 탐색하며 즐거웠다. 가까운 곳으로 떠난 여행, 그리고 남겨진 사진들까지. 배운 것처럼 사진이 찍히지 않을 것 같아 아쉬우면서도 이제 시작이라는, 조금 더 잘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된 시간.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더 배우고 싶어 졌다, 사진에 대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나의 추억과 그 시간을 위해서 배워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이런 열정을 갖게 해 준 이번 기회에 대해 행운이라 생각하며,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

 

커튼 뒤에서 어색하게 사진 찍고 있을 나,

+ bonus,

'폴라로이드와 연남 투어'를 진행하며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경험이 "셀프 사진 찍기"였다. 사진에 대한 이론을 배운 뒤에 서로의 어색함도 타파할 겸, 구도를 쉽게 경험해보기 위해서 이곳 스튜디오의 자랑인 셀프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셀프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서 너무 어색하고 난감했는데 커튼으로 가린 뒤 스스로 사진을 찍어보니 어색함도 점점 사라지고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도 들으며 잊지 못할 즐거운 순간이 되었다. 사진도 너무나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너무나 개인적이라 올리지는 못하겠고.. 커튼 밖의 사진만 조심스레 남겨본다.

처음 만나 어색할 수 있는 순간을 셀프 사진으로 없앨 생각을 하신 호스트님도 함께 즐겁게 사진을 찍은 다른 게스트 분들도 잊지 못할 듯하다!





https://vo.la/mijoP

'이 콘텐츠는 남의 집 서포터즈 거실 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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