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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Feb 02. 2021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올레길에 걷다

순례길을 다녀온 지 2년, 문득 그곳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일상이 지겨울 때,

도저히 답을 모르겠을 때,

다른 이를 미워할 수 없어 내가 싫어질 때,

무작정 울고 싶어 질 때,


아마도 마음이 힘들 때 생각이 많이 나는 듯하다.



그때는 그때는,

그 모든 걱정이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리운 걸까, 아니 걱정이 있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화살표들이 있었기에 그리운 걸까, 모든 것이 괜찮은 곳이었기에 그랬을까.


그래서 나는 힘들 때마다 순례길이 그리웠다. 그 시간이, 그 사람들이, 그 길이, 그 냄새가.



순례길이 그리울 때마다 올레길에 가야지, 생각했다.

올레길은 그나마 나의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최대한 비슷한 곳이었으니까.


올레길에 간다고 해서 그때 그 길과 그 사람들과 그 순간이 다시 오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더 그리워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의 그리움을 갈증을 해결할 방법이 올레길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올레길에 다.

그때와 똑같은 배낭, 똑같은 운동복, 똑같은 등산화, 똑같은 스틱을 가지고.


적당히 어깨를 누르는 배낭의 무게, 묵직한 듯 나의 발을 감싸는 등산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비릿하게 새어 나오는 거친 숨까지.


그때와 다르지만 그때와 같았다.


그렇게 나는 올레길에 갔고,

그때와 다른 듯 같은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그때와 같이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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