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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06. 2021

잘 가고 있는거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구불구불한 길 위를 걷다가,

올레길을 걸은지 며칠 되었을까,

조금은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내려앉는 시기였다. 제주도의 풍경에 마음껏 넋을 잃고 걸으며, 지도보다는 그저 앞만 보고 걷던 때.


그래서 그런가, 너무 넋을 놓고 다녔는지 조금만 한눈을 팔면 올레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지도나 올레길 표식을 찾으며 무신경하게 걷던 탓도 있었지만, 아마도 걷는 사람들이 없어서 더 길을 잃기 쉬웠던 것 같다. (겨울 올레여서 그런지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길 위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처음엔 올레길을 놓친 것을 깨닫고 당황하며 얼른 지도를 키곤 했다. 

금이라도 빨리 바른 길로 되돌아가야 했으니까. 


막상 지도를 보 내가 '잘못'온 길이 더 빠른 길이었고 편한 길일때가 많았다. (올레길은 제주도의 풍경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경향이... :) 그리고 올레길이 아닌 길을 걷게 되어 더 많은 거리를 본의아니게 걸어야 했던 날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 길에서 더 잊지못할 풍경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몇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도 남들이 다 가는 "옳다는 길"이 무조건 빠르고 정확한 길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이라고 그게 무조건 '정답'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학생으로서 착실하게 공부하고,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 학과에 맞는 직장에 취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적당한 시기에 누군가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아가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정도(正道).

최근에야 개인의 각각 인생을 존중한다지만 그럼에도 심심치않게 누군가를 만나면 늘 듣게되는, 취업은 했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언제 결혼하려고? 집은 샀어? 아이는 언제 가질거야?와 같은 질문들이 싫었다. 그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는 나는 내가 가는 길에 자신은 있었지만, 이 질문들을 계속 듣다보면 꼭 내가 틀리다 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나도모르게 그 길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정말 정도(正道)일까? 내가 원하는 길일까?

 

물론, 모두가 가는 길로 가더라도 스스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길로 가지 않는다해서, 그 길을 크게 벗어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않을까?


그러니,

정답대로 가지 않아도 잠시 옆길로 빠져도 다시 그 길로 돌아가면 괜찮을거야. 늦더라도 정답이 아니라는 그 길 위에서 새로운 정답을 얻고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아니, 만약  길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만의 정답의 길을 만들어가면 되는거니까.


나의 길, 미래, 그에 따른 선택에 대한 고민들로 떠나왔던 길이었다.

걷는다고 내 고민에 답이 내려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정답에 대해, 그 옳은 것이라는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수많은 선택에 지쳐 그저 정해진대로 걷기만 하면 되는 올레길에 왔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는 내 선택대로 내 생각대로 걸어가야 하니까 . 그러다 또 지치면 이 길로 다시 쉬러 오면 되니까. 나의 길을 스스로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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