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수월 (鏡花水月)
거울 속의 꽃, 물에 비친 달
너는 나에게 거울 속의 꽃, 물에 비친 달이었다.
너를 잊겠다며 거울을 덮어보기도, 물을 휘저어보기도 했지만
정작 거울을 깨트리지도 물가를 떠나지도 못하고
더욱더 또렷해지는 너의 모습에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끝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어쩌면, 언젠가라는 가여운 희망을 품었다.
그렇게 혼자서,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미소 짓다가 눈물 흘렸다.
네가 밉다며 울다가 결국엔 나를 원망했다.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다며 웃다가 이내 두 손을 꽉 쥐었다.
잊어야 했지만 결국 잊지 않았고, 잊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