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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23. 2019

네가 생각날 때

행복하기를, 너도 나도

그런 날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네가 생각나는 날.

너를 처음 만났던 날. 우리가 헤어지던 날. 너의 생일. 열심히 챙기던 작고 크던 기념일들. 우리의 처음이 있던 수많은 날들..

그러니까 오늘 같은 날 말이야.


그래 맞아. 사실 그런 날만 네가 생각나는 것은 아니야.

갑자기 문득문득 네가 찾아오기도 해.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말이지.

모두가 잠들었는데 나만 잠이 오지 않는 날. 유난히 햇빛이 눈부시던 날. 우리가 자주 가던 곳을 지나가거나. 갑자기 네 향기가 스쳐 지나갈 때. 너와 오고 싶던 곳을 지난다거나. 너와 닮은 사람을 봤을 때. 네가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올 때..


사실,

나는 너와 헤어진 후에도 너와 함께였거든. 어디에도 네가 없지만 어디에도 네가 있었어.

너와 함께 한 시간이 많은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내가 너의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겠지.

이곳에 너와 함께 왔다면

이곳을 너와 함께 봤다면

이것을 너와 함께 했다면.. 그랬다면, 그랬다면.

난 어디를 가든 네 생각을 했거든. 어디에도 너는 없었지만.


그러면서 나는 참 내가 싫어졌어.

널 잊지 못하는 내 스스로에게 질책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애원하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면 나아진다던데.

래 맞아. 시간이 흐르니 많이 나아졌어. 예전처럼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아. 이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네가 생각나도 전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던가 눈물이 흐르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렇지만. 사실괜찮지가 않아.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일지 몰라도 정말 땅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내 심장을 느낄 때면 '나는 아직인 건가..' 하면서 슬퍼지고는 해.

언제쯤 네 생각이 나면, 나는 나를 자책하는 대신 웃으며 너와 나의 행복을 바랄 수 있을까?


있잖아. 나는 너를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너를 만나게 된 것도, 너를 사랑하게 된 것도 나에게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지금도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그래 알아, 너는 내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너를 조금은 천천히 잊기 위한 나의 애처로운 노력일 뿐이라는 것.

언젠가는 헛된 미신에 매달렸던 적도 있어. 혹시나 하는 기대 하나에 혹해서, 그 말 한마디에 매달려 너를 기다렸던 적도 있어. 이미 너와 나의 끝은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나는 여전히 너를 생각해

그래도 이제 곧 괜찮아지겠지? 곧 너를 생각해도 웃으며 우리의 추억을 생각할 날이 올 거야.

그리고.. 너는 꼭 행복하기를.

나처럼 이렇게 자책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꼭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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