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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an 10. 2020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말

그들은 착했던 것이 아니라 당신을 배려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


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 착하던 사람들이 한 번 화가 나면 누구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거나 아주 냉정하고 단호하게 인간관계를 끊어버리는 상황을 보며 하는 말이다.


보통 저러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어머, 저 사람 저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무섭네." "저 성격을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거야?" "사람 참 무섭다."라고 뒤에서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더 이상 '착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성격을 숨기고 연기하고 있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그동안의 모습은 잊혀진 채.

그런데 나는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얼마나 참다가 저렇게 폭발한 걸까, 오죽했으면."



그렇다. 사실 나도 저 '착한' 사람에 속하고는 한다. 그리고 아주 '냉정하고 단호한 사람'에 속하기도 한다.


나는 착하지 않다. 나는 절대 내가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이익에 아주 관심이 많고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덜 보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손해가 최대한 덜 하도록 머리를 굴리고 계산한단 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보고 '착하다'라고 말하는가, 생각해보면 아마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맞춰주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배려와 이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관계에서는 '배려와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몇십 년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절대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와의 인간관계를 맺을 때에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내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이 있다. 바로 나에게 배려하지 않을 때이다. 나는 특히 연락 부분에 관련해서 '배려'를 많이 이야기하고는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배려하지 않을 때에 처음부터 상황을 확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고, 연락을 쉽게 생각하며, 자신이 편할 때에만 연락하는. (본인은 바쁜 상황이 있었다고 하지만) 처음 한 두 번은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려 노력한다. '바쁜 일이 있겠지.' '끝나면 연락하겠지.' '다음에는 잘 지켜주겠지.' 하면서. 그리고 그 이해하는 과정 안에서 서운함이 쌓인다. 이해하지만 서운하다는 감정. 서운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바쁜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에 금세 괜찮다고 이야기해버리는, 그러나 그 속에서 나에 대한 생각을 배려를 해주지 않았다는 서운한 감정도 생겨버리는. 그 기분 나쁜 감정.

이 기분 나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바로 나는 너에게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착하다'라고 이야기 듣는 나는 너와의 약속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아무리 바빠도 잠깐의 연락할 시간은 있기에 짬을 내서 연락하고, 정말 바쁜 틈에 연락하더라도 그 연락하는 상황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절대 '착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여 이해해보려 하더라도 서운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고 계속된다면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지고(아니, 이해하기 싫어지고), 결국 폭발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와의 인연을 끊는다.

나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나 또한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연락' 부분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서운해하지만, 아마 위에 이야기 한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는 누군가도 배려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이냐 만 다를 뿐, 나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얘기한다.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고? 착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그동안 너에게 배려하고 있었을 거야. 그것을 너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였을 거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을 거라고.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너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서 참고 기다리던 그 선을 결국엔 네가 넘어버린 것이라고."


또 누군가는 쉽게 이야기한다.

"그거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인데 소심하게 왜 그래?", "야,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그러냐?"

아니, 충분히 그동안 이해했고 배려했다. 당신이 몰랐을 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고작 이런 일이 아니다, 고작 이런 일에도 당신이 나에게 배려하지 않는데 더 큰 일에 나를 생각하겠는가?



매몰차고 냉정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 솔직히 이런 성격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남들에게 배려할 거고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서운하면 이야기하고 또 기다릴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이 여전하다면 나는 기꺼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겠다. 아무리 그 사람과의 인연이 길고 아쉽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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