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삼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로컬스티치 일기

by 김수민

자료를 정리하다가 2년 전 동료들과 커리어 성장에 대해 나눈 녹취록을 발견했습니다. 이때가 로컬스티치를 시작한 지 10년이 된 해였습니다. 운이 좋아 로컬스티치도 저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다음을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혹은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 10년과 미래 10년 사이, 1막과 2막의 전환점에 서 있던 시기였습니다.


1막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비즈니스 틀을 만들고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학습하는 시기였습니다. 새로 펼쳐질 2막은 변화와 경쟁이 가속화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고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특히 기술이 발달하고 양질의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획자와 디자이너라는 전문성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5-12-21-12-36-56 003.jpeg 스틸북스 브랜드/비지니스 리뉴얼 회의


그래서 팀십노트에는 어떻게 디자이너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대체불가능한 사람 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의 단편적인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동료들을 위한 피드백이지만, 실제로는 그때도 지금도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전문성을 확장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1. 정답이 없는 시대일수록 멀티 포지션


앞으로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해서는 경쟁력을 갖게 어렵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되고 기계와 사람의 역할이 모호한 시대입니다. 사용자는 각자 자신만의 뚜렷한 취향을 갖고 있으며, 상품에 기대하는 질적 수준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역할과 배움의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사용자에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하며 복잡한 상황과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 디자이너라면 때로는 '공간 운영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실제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문제를 확인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자신이 만든 상품을 직접 팔아보는 마케팅과 세일즈 경험도 해봐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상품 "기획-제작/운영-판매"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상황에 맞게 다양한 역할을 바꾸거나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KakaoTalk_Photo_2025-12-21-12-36-55 001.png 로컬스티치 통영 오픈 준비 중


2. 자신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이너


나는 "이런 (관점과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입니다"라고 꾸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다만 자신을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할지에 대해서는 조금 과감하고 혁신적인 '워딩'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워딩에 진정성을 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조금은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또는 급진적이어도 좋고요 정말로 자신이 믿는 가치가 있다면 우선 그리고 꾸준히 '주장' 하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이것을 이야기하면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장과 실행, 피드백과 공감이 축적되면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로컬스티치 역시 처음에는 동네를 연결하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꾸준히 실행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 자신이 믿는 가치를 꾸준하게 말하고 이야기하고 그게 맞게 행동하면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5-12-21-12-36-56 002.png 동네호텔 실험을 마무리하고 코워킹코리빙 로컬스티치로 피벗 하던 2015년 가을


3. 실험하는 디자이너

페이퍼는 가벼워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오늘 계획하고 내일 해야 합니다 빠르게 도전하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면서 많은 실험을 스스로 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경험한 것만이 진짜 지식이 됩니다. 또 많은 실험을 하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다 보면 긴 호흡이 필요한 일에 정확한 감각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실험이 유효한 경험으로 남기 위해서는 다음을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바꿀 것(변수)과 고정할 것(상수)을 정한다. 프로젝트의 제한사항과 기회에 따라 변수와 상수를 정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목표만큼 중요하다

- 실행 전에 목적과 가설을 세우되 결과가 나왔을 때 원인을 추적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하고 기록한다

- 실험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실패가 아니다. 실패와 시행착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 실패와 시행착오의 데이터를 가설과 과정을 통해 복기하고 공유하자

KakaoTalk_Photo_2025-12-21-12-36-56 004.png 2023년 로컬스티치 1호점을 10년 운영하고 마무리 파티 준비 중


갈수록 기존의 경험과 전문성이 위기를 맞는 시대입니다. 어느 순간 디자이너가 더 이상 필요 없어라는 말을 하게 듣게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뻔한 말이지만 '위기'는 비즈니스에서는 종종 혁신으로 이어지며, 개인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게 만듭니다. 어쩌면 예민하게 시대를 감각하고 창의적 도전을 즐기는 '디자이너'라면 이것이 성장의 큰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위기를 기회삼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스타일과 브랜드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2024.3월 로컬스티치 팀십 노트#1(https://brunch.co.kr/@logicdemov/47)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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