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획자 연대기 : 한국의 공간기획자들
요즘은 ‘공간기획자’라는 말이 꽤 자연스럽다.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을 하는 사람들. 이제 크고(도시일 수도 있고, 동네일수도 있다) 작은 공간들이 계획하고 운영되었던 이전의 경험과 의미, 시행착오와 배울 점들이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연재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AI 덕분에 자료들을 수집하여 다시 천천히 읽어볼 수 있어서, 기록과 프로젝트를 다시 읽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궁금한 점은 티타임을 통한 가벼운 인터뷰로 보충도 하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만나면 좋고
두 번째는 로컬스티치의 십년지기 앤스페이스다.
앤스페이스 2편 (1편은 https://brunch.co.kr/@logicdemov/55)
2012-2014년 사이, 앤스페이스와 비슷한 키워드와 양식을 가지고 창업한 범공간기획자 스타트업들이 있다. 로컬디자인무브먼트/로컬스티치, 어반하이브리드, 어반플레이, 블랭크, 삼시옷, 루트임팩트 등은 각자의 전공과 관심,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서로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동시대 도시 기획자들의 공통 성장 공식을 만들었다
서교동(로컬스티치) 루트임팩트(성수동) 어반플레이(연남/연희동) 블랭크(상도동) 등 2010년대 공간 기획자들은 각자가 익숙한 네트워크와 자원을 가진 동네와 골목에서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 계획적 관점보다 작은 단위 운영의 유연한 조합이 지속가능한 도시 운영에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배웠다
상대적으로 공감대를 만들기 쉬운 동세대를 대상으로, 기획자들이 공간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면서 동네와 주거 인구의 필요와 일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하려는 흐름을 보였다
초기 기획자 그룹은 스타트업으로서 얻기 힘든 시장 기회의 폭을 공적 영역과의 협업을 통해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전반에서 공공 영역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들이 초기 실험의 장이 되고, 기획자 그룹은 이 기회를 활용하면서 인적·경험적 전문성과 운영 노하우, 그리고 네트워크를 빠르게 축적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거, 청년, 지역, 원도심 등을 사회적 의제와 연결된 키워드들을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다룸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공성을 겸하는 비지니스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그룹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2010년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실험은 결국 두 가지 축으로 모이게 되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그래서 초기 공간기획자들이 각자의 동네를 중심으로 시도한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와 주거를 중심으로, 도시 생활을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들이었다
초기 각자 파편적으로 실험하고 시행착오하던 부분들을, 비슷한 문제를 다루던 팀들이 서로의 사례를 참고하고 벤치마크하면서, 운영 방식이 자연스럽게 공유되었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며 점점 더 확장 가능한 모델로 발전해 갔다
이 시기의 팀들이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 대상은 유휴공간이었다. 자원과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비어 있는 부동산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었다. 적정한 자원을 투입하면 다시 생산성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관점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공간 기획은 단순히 디자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획–디자인–운영 전 단계에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율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해 갔다
이런 경험들은 결국 도시를 자산 중심이 아니라 캐시플로 기반으로 운영하는 도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학습이 되었고, 공간 운영이 하나의 산업적 전문성으로 자리 잡는 데도 동시대 기획자들이 공유하는 훌륭한 경험으로 남았다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모두가 빠르게 체감하게 되었다. 결국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용자들 사이에 상호 지지 구조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인프라로 공간 운영은 물리적 설계보다 관계와 운영 구조 위에서 성립한다는 것에 대해 서로 공감하게 되었다
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벤처 생태계가 활발하던 동시대 영향을 받아, 작게 시작해 빠르게 실행하고, 운영 과정에서 실패와 피벗을 반복하며 확장하는 스타트업의 문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벤치마크하면서 운영 방식과 노하우가 다자간에 전파되었다.
앤스페이스는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운영 방식과 시행착오를 공유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확장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함께 함과 동시에 스타트업 특유의 문제 정의와 빠른 실행의 모범을 보여, 공간 기획자 그룹의 주를 이루던 도시·건축 베이스의 기획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기획 생태계가 더 빠르게 확장되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2010년대 이후 도시 기획/운영에 대한 생각과 담론이 모이는 과정에서 앤스페이스의 경험과 성장은 생태계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주었다
공간을 공유하는 비즈니스를 대중화하였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도시의 ‘유휴 공간’을 일 단위·시간 단위로 대중이 직접 쓰는 문화로 전환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간 소유 기반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의 시간 기반 소비로, 도시 자원을 풀어냄으로써, 공간 공유를 하나의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게 했다
커먼즈/커뮤니티의 확장
‘공간을 빌려 쓰는 것’은 사적 공간과 공공 공간의 중간지점을 만들어 내었다. 호스트(로컬 운영자)와 게스트(이용자)가 연결되면서, 작은 커뮤니티 활동과 다자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것이 단순 대관을 넘어 도시 커먼즈적 상호작용을 촉진했다
MZ 세대 커뮤니티와의 공감대
스페이스클라우드는 10대–20대 중심 공간 이용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플랫폼에 반영함으로써, 흩어져 있던 비정형 수요를 표준화된 예약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도시에서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는 공간 소비 트렌드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타겟 세대와 공감대를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2010년대 도시 기획자 그룹들이 공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영의 문법이 서로 공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앤스페이스는 국내에서 플랫폼과 지속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운영자와 사용자 생태계를 동시에 확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도시 기획이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의 인프라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비지니스로 보여주고 있다
앤스페이스는 현재도 국내 도시 생태계가 소중히 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실천적이며 실용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팀이다. 최근 영국에 공간공유 플랫폼 www.spacecloud.city을 오픈하는 등, 선배 공간 기획자로서 생태계 확장의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 기획자로서 정수현 대표와 앤스페이스의 다음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공간은 나눌수록 빛난다” — 정수현 대표 인터뷰 (2025)
https://www.media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336787
“공간의 가치를 공유하자”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34614
"공간을 공유하라" (더나은미래, 2018.10.15)
https://futurechosun.com/archives/24924
‘희년’의 가치로 사람과 공간을 잇다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62093
공간 공유 플랫폼 앤스페이스 / 탑클래스 조선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904
"사용자 중심 '공간 공유' 시장 만들 것" (이투데이, 2019.08.07)
https://www.etoday.co.kr/news/view/1785788
사회주택/서울사회주택리츠 뉴스
https://www.sisaweek.com/news/curationView.html?idxno=139222
앤스페이스, 네이버 구주 인수 https://www.dailysecu.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333
김수민(Sumin Kim) / Soft Developer
공간과 비지니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합니다. http://instagram.com/leo_seongo
도시 생산자들에게 공간과 멤버십을 제공하는 로컬스티치(localstitch.kr)를 만들고 운영합니다.
D&D Property Solution(https://dndproperty.com)에서 사업 개발 부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간 기획/개발/디자인 관련 문의 = 로컬스티치 디자인(https://www.localstitch-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