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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연 Nov 22. 2016

지하철은 덜컹거리고 안은 따숩다

눈이 윙윙 도는 밤 10시.

분명 무리를 한 것이다. 피로가 무리 지어 오더니 나를 때려눕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게 했다. 물의를 빚은데 대해 내 몸뚱이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보약과 휴가를 약속하고 나서야 몸살의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포로가 된 채 침대 위에 누워 하앍하앍 숨을 내쉬는데, 앞으로는 야근하지 않고 밤도 새지 않고 인스턴트도 먹지 않겠다는 허무맹랑한 각오가 술술 나왔다. 이 나이까지 살아봐서 알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들! 일을 줄이고 밥을 제때 먹고 밤 새지 않겠다는, 당연하고 지당한 일이리도 어렵다. 


 이여름은 지글지글하도록 더웠다. 내쉰 숨이 가득 채우면서 끓어 오르는 사무실. 그 속에서 가만히 앉아서 타이핑을 친다는 것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요구했으므... 나는 2016년 후반전의 체력까지 땡겨서 써버렸다. (체력가불) 그러나 불과 50일 남짓이 흘러 이 글을 쓰는 밤은 꽤 쌀쌀해서 옷이 타는지도 모르고 난로를 가까이 끌어당기기 일쑤다.


지난 번의 몸살 이후 업무량을 줄이고 쉬어야겠다 몇번이나 깊게 다짐을 한 이유는,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성대가 약해지면서 남들이 탐내던 고운 목소리를 잃고 나니, 말할 때마다 위축되고 세상 사는 재미라곤 없었다. 이와중에도 김태희가 미모를 잃어도 이런 느낌일거라며 혼자 키득키득. 가끔 하는 짓보면 병신이다.


어제는 낮에는 집중이 안되어서... 어쩔 수 없이 밤을 샜다. 고작 하루인데 눈알이 핑핑 도는구나. 2~3일도 거뜬히 새던 체력은 어딜 가고... 핸드폰의 타자가 어른거린다. 다행히 앉아 있는데 아이를 위아래로 달래듯 지하철이 약하게 덜컹이고 밖은 칼바람이 부는데 여기는 따뜻하다. 졸린다.


사람들이 가득찬 지하철 안에서 입 벌리고 잘까봐 잠을 깨려고 글을 쓴다. 어이 앞에 양반! 나를... 20분 후에 깨워 줄 수 있겠소. 설국열차 꼬리칸의 동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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