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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연 Nov 28. 2017

호떡집 아줌마처럼 가끔 조급하게 살아가는 도연씨

내가 느리다 빠르다 평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오랫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만, 키보드로 두드려서 누군가 보기 좋도록 나열하는 작업을 하고 싶지가 않았나 봅니다. 아니면 이런 시시껄렁한 생각을 글로 남겨서 뭐하나 싶은, 부끄러움이 들었는지도 모르죠. 오늘은 보잘것 없었으므로 역설적으로 특별한 날이라, 일기 같은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오늘은 바쁩니다. 사람들은 저보고 항상 바쁘냐라고 말하지만, 항상은 아니고 가끔은 그러합니다. 여러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작업은 마치, 호떡집의 아줌마가 계산을 하면서 호떡 반죽을 기름 위에 올리고, 호떡을 뒤집으며 포장을 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어릴적 제가 살던 고향에는 아줌마 한분이 줄을 늘어선 손님들을 마주하며 호떡을 저렇게 팔고 있었어요. 저글링하는 서커스 같아서 시내에 갈 때면 옆에 서서 구경을 했어요.)

밀어내야 하는 작저글링하듯 하는 사람은, 멀리서 보면 모두 호떡집 사장님 같은 거에요. 그런데 어떤 손님이 여기 휴지 없어요?  잘라주나요?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작업을 멈추게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기기도 합니다. 맞아요. 요즘 잊고 있었지만 내 마음 속에 있는 아이, 바로 짜증이라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늦잠을 잤습니다. 온수매트를 틀어놓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자고 나니 해가 중천에 떠서, 어젯밤에 감은 채로 잠이 들어 사방으로 튀어오른 머리를 모자로 눌러쓰고 튕기듯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이 저를 뱉어냈다는 말이 옳겠네요. 급할 때는 그러하죠. 지하철은 오지 않고, 간밤에 충전을 해놓지 않은 배터리는 간당간당하고 연락이 올 곳은 많고... 그러할 때, 지하철을 느리게 타고 문 앞에 서성이는 사람들이, 마치 지하철을 잡아 끄는 주범인 것 같아서, 왜 저러나 싶어 눈을 흘기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잘못이 하나도 없고 일상을 마치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옆에 서서 느리네 빠르네 평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하나씩 평가하느라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평소보다 에너지를 더 소진한 상태였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택시를 타고 회사를 올 때도(평소면 걸어올 거리를.. 날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택시를) 아저씨가 기본요금 거리는 현찰을 주라는 말에, "아저씨, 저 빨리 내리겠다고 카드를 쥐고 있어요"라고 하면 될 것, 아니 그 마음이었으면서도 "아저씨 왜 그러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기사 아저씨의 마음이 상할 정도로 궁시렁스럽게 얘기했으면서, 지나고 보니 정확한 문장도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역시 저는 제 인생을 사는 중이라, 상처를 준 내용은 미화되고 왜곡이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회사에 와서 계속 뛰어다녔습니다. 그리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두서없이 움직이는 자신을 보면서, 뭔가 오류가 난 기계같다고 생각했죠.  급기야 오후 4시에는 문서를 계속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와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훈훈하게 마쳤다고 하더라도, 오해를 풀기 위해서 시간을 더 소비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은 한 시간 늦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 좋자고 조금 더 잤습니다. 그리고 혼자 많은 일을 해내려는 욕심이 있었고,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유있게 해내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쫓긴다 생각하니 감정 소모가 더 심해지고, 감정소모가 심해지니 더 지치고, 지치니 더 짜증이 많아집니다. 히스테릭 한 사람들을 보면, 왜 저러나 싶은데, 그건 많은 것들이 말라버려서 기름칠이 전혀 없으니 뻑뻑하게 돌아가기 때문이겠죠.


오늘 쓸데없이 감정을 소 하느라, 다른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 김도연 씨에게.. 내일은 그러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웃어주자며, 작은 쉼표를 주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팟캐스트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네요. 낭창낭창하게 읽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행복한 도연씨가 찾아갑니다. 곧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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